김택호의 [아나키즘, 비애와 분노의 뿌리](소명출판, 2015)는 문학동인지 [폐허]와 [백조], 그리고 농민조합 조선농민사의 기관지 [조선농민]과 [농민]에 수록된 농민출신 작가들의 문학작품에 대한 아나키즘의 영향력을 살피고 있다. 책 표제의 ‘비애’라는 표현은 [폐허]와 [백조] 동인 등 근대 상징,주의,낭만주의 계열 문인들의 문학 활동을, ‘분노’라는 표현은 조선농민사 기관지에 문학작품을 수록했던 농민 출신 문인들의 문학 활동을 상징한다. 표면적으로 이 두 경향의 문학 활동은 공통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두 문인 그룹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전자는 한국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으며, 그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문인들도 황석우, 염상섭, 김억, 남궁벽, 나혜석, 오상순 등 일제강점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굵직한 문인들이다. 반면 조선농민사 기관지에는 간혹 김억, 방정환 등 낯익은 작가들의 작품이 수록되기도 했지만, 무명의 농민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전자가 서구적이고 세련되며, 지적 감성이 충만한 작품을 다수 생산해냈다면, 조선농민사 기관지에는 민요조의 시와 투박한 내용전개와 표현으로 이루어진 짧은 소설들이 주로 수록되었다. 이들의 문학 활동에 대한 학계의 평가도 각기 다른 차원에서 가해져왔다. 오랫동안 퇴폐적이고 감정과잉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연구자들에게 주목받았던 상징주의,낭만주의 계열의 문학은 문학사적 비중과 위상이 높았다. 반면 조선농민사 기관지 수록 문학작품들은 연구자들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주의 문학이라는 모호한 평가와 개량주의 문학이라는 구체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폐허], [백조]와 같은 동인지와 조선농민사 기관지인 [조선농민]과 [농민]에 수록된 문학작품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는 연구는 시도되지 않았다.
Contents
책머리에
제1부 한국 근대 아나키즘 형성 배경
제1장. 한국 근대 사회주의 형성의 토양
제2장. 한국 근대사상과 아나키즘
제3장. 아나키즘, 한국 근대 사회주의의 모태
제2부 새로운 지식, 새로운 주체의 출현
제1장. 1920년대 한국의 젊은 지식인
제2장. 새로운 문학주체
제3장. 1920년대 아나키스트의 문학
제3부 아나키즘과 상징주의_자연주의_낭만주의
제1장. 새로운 매체, 문학과 이념의 결합
제2장. 문예사조
제3장. [폐허]와 아나키즘
제4장. [백조]와 아나키즘
제4부 농민주체문학의 성립과 아나키즘
제1장. 한국 근대 농민의 탄생과 아나키즘
제2장. 조선농민사의 농민운동
제3장. [조선농민]의 농민문학
제4장. [농민]의 농민주체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