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낡은 것에 대한 동심의 미학
견물생심이라고 넘쳐나는 물자들과 더 새롭고, 한층 기능을 더한 물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선보여지는 요즘, 낡은 것보다는 새 것에 눈이 가고 손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렇게 겉모습이나 편리함만 찾다 보면 함께하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내 주변에 있는 것들에 대한 추억이나 익숙함과 함께한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지내기 쉽습니다. 이것은 비단 물건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릴 적, 오래되어 낡았지만 낯익고 익숙한 물건에 집착하던 기억은 한 가지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디든 끌고 다니던 지저분한 담요, 항상 옆에 끼고 다니는 솜 삐져나온 인형, 칠이 벗겨진 장난감, 목둘레 다 헤진 옷, 자면서도 손에서 놓지 않는 쭈글쭈글해진 그림책 등. 다양한 물건에 대한 어릴 적 집착은 아이들의 다양한 심리를 알아보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공통점이라면 불편함이나 겉모양보다는 그것과 보낸 시간, 익숙함, 추억, 소중함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 아닐까요?
《구두 생일》은 기쁨, 슬픔, 행복, 아픔, 설렘 등 오랜 시간 함께한 한 아이의 낡은 구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구두에 얽힌 아이의 갖가지 추억, 하나 되어 보낸 많은 시간들. 어른들 눈에는 그저 새 것으로 바꿔야 하는 낡아 빠진 구두지만 아이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이한준 작가는 아름다운 동심의 세계를 이끌어내 아이의 친구와 가족에게 ‘선물’을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구두 수선집 할아버지에게 전하고, 할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은 구두에 빛을 심습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 구두는 엄마와 아이에게 선물이 되고,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