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國에 살아 天國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地獄에 살면서도 地獄인 줄 몰랐던’ 북한 여성의 詩!
여성의 시각으로 북한 체제의 처참한 실상을 묘사한, 詩集 《天國을 찾지 마시라 국민이여 우리의 대한민국이 天國이다》(220쪽, 1만 원, 김수진 著, 조갑제닷컴 刊)가 출간되었다. 著者(저자) 김수진 씨(가명·2013년 탈북)는, 여성 특유의 감수성과 세밀한 묘사로 북한 체제에서 겪은 굶주림의 실체를 총 72편의 詩에 담담하게 표현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의 집단餓死(아사)가, 지방에선 지속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詩集은 굶어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을 사실적·문학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집단餓死로 즐비하게 쌓인 시신들(詩 ‘산까지 올라 못간 시신들아’)과 식량난에 허덕이는 北 주민들의 굶주림(詩 ‘흰 쌀밥’)을 표현할 때에는 개인의 감정보다는 사실적 묘사가 돋보인다. 굶어 죽어가는 꽃제비들을 묘사한 詩 ‘마지막 동정’에서도 가엾음과 애달픔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밥덩어리와 과자 부스러기를 쥐어주는 동정을, 그러나 그 동정을 받을 기력을 잃어 턱이 떨어져 버리며 죽어가는 꽃제비의 末路(말로)를 그렸다.
남한에 정착한 이후, 著者가 느꼈던 감정들도 실감나게 詩에 담았다. 김일성 우상화를 목적으로 지어진 금수산 기념궁전과 대비되는 현충원의 진정성 있는 모습(詩 ‘현충원’),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한민국이 거둔 놀랄 만한 성적(詩 ‘나의 첫 인사’)도 그만의 정제된 언어로 표현했다.탈북 과정을 그린 手記(‘내 生의 가장 치열한 시간들’)엔 탈북 후 중국-라오스-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긴박한 과정이 솔직하고 꾸밈없이 그려져 있다.
著者는 ‘대한민국이 곧 天堂(천당)’이라며, 자신은 ‘백 년 뒤떨어진 곳에서 백 년 앞선 곳으로 왔다’고 고백한다. 그는 우리에겐 너무도 흔한, 아파트와 도로들을 보았을 때 ‘황홀’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오늘의 한국인들은 ‘天堂의 풍요’를 누리면서도 입으로는 불평과 불만을 내뱉는 데 여념이 없다. 이 詩集은 ‘천국에 살아 천국을 잊고 사는’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지옥에 살면서도 지옥인 줄 몰랐던’ 사람이 선물하는 ‘행복 증명서’인 셈이다.
Contents
머리글\天國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地獄 이야기 | 金東鉉 … 6
1_우리 모두는 굶어죽었다
당부 … 18 | 꽃제비의 봄 … 20 | 빵과 꽃제비 … 22
마지막 동정 … 24 | “밤꽃 사시오” … 26 | 제대군인의 울분 … 29
어린 사형수야 … 31 | 꽃제비의 겨울 … 33
산까지 올라 못간 시신들아 … 34 | 주검들 … 36 | 10년 후에 … 38
7_천국이다
현충원 … 158 | 나의 첫 인사 … 159 | 대한민국의 첫 아침에 … 161
백년을 앞선 곳으로 왔다 … 163 | 천국이다 … 165
이 모든 것의 하나 … 168 | 이 나라를 가꾸는 한 송이 꽃이여 … 169
소녀야 너에게 영광을! … 171 | 나는 나를 사랑한다 …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