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쓴 가을』은 작가 이윤희가 12년 동안 함께 한 반려견 ‘가을이’를 모티프로 상상력을 더해 만든 첫 만화집이다. 자신의 반려견 ‘가을이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주인공이자 강아지인 ‘가을이’는 당분간 자신의 역할을 대신 해 달라는 주인 ‘형(중2병 말기증세에 시달리고 있다.)’의 부탁을 받고 인간의 삶을 대신 살게 된다. 형이 준 안경을 쓰면, 모두 가을이를 사람으로 보기 시작한다. 동물에게는 필요치 않은 사람의 물건인 안경이, 가을이가 사람으로 보이게끔 해 주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얼떨결에 하루아침에 사람 행세를 하게 된 가을이는 다소 어설프지만, 형의 역할을 멋지게 잘해낸다. 학교도 다니고, 집안일도 돕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사람으로서의 삶을 즐긴다. 하지만 개로 살 때도 그저 쉽지만은 않았는데 인간으로 사는 것도 마냥 쉽지 않다. 복잡다단한 인간 사이의 관계 속에서 가을이는 점차 고독을 느끼며 형의 부재로 인한 불안감과 그리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안경을 쓴 가을』은 사람이 아닌 관찰자 ‘고양이’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각자의 운명과 삶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개,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양이가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과 동물들의 삶을 냉소적이지만 위트 있게 그려냈다. 늘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존재하는 개와 고양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어떤 사연과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지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