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모든 것

한국 드라마의 지형도를 읽다

한국의 드라마는 이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화 콘텐츠가 되었다. 남미에서, 중동에서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기사는 이제 낯설지 않다. 내용적으로도 최근 한국 드라마는 질적 도약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과감하게 제작되면서 시청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며, 고품격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는 드라마도 많아졌다. 한국 드라마가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을 넘어서서 미국산 드라마에 견줄 새로운 퀄리티의 드라마를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부응하는 전문적 시선과 수준 높은 요구를 지닌 시청자층이 형성되었고, 그 취향과 선호를 SNS를 통해 활발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케이블 채널 드라마들의 다양한 시도가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여전히 많은 드라마가 막장드라마라는 욕을 먹고 역사를 왜곡하여 시청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받는다. 쪽대본과 방송 사고의 줄타기는 여전하며 제작사와 시청자의 개입으로 인한 내용 변경까지, 한국 드라마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드라마 제작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드라마가 서 있는 바탕은 여전히 위태로워 보인다. 〈별에서 온 그대〉(2013)나 〈태양의 후예〉(2016)에 대한 국내외의 폭발적 인기 현상이 말해 주듯, 드라마는 한류의 핵심 콘텐츠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핵심적 문화 콘텐츠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비평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최근 드라마 제작의 질적 도약을 수렴하는 비평적, 학문적 담론의 대상이 되지도 못했다.
『드라마의 모든 것: 막장에서 고품격까지, 지상파에서 케이블까지』는 이러한 한국 드라마의 현재를 분석하는 본격적인 드라마 비평서로, 우리 시대의 ‘연속적 스토리텔링’을 이해하기에 필요한 핵심적 화두들을 포괄하고, 한국의 드라마 환경을 분석하는 책이다.
드라마 작가, PD, 기획자, 미디어 전공 교수, 기자, 드라마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저자들은 동시대적이고 시의적인 플랫폼인 페이스북 집담을 통해 누적된 드라마에 대한 전문적 견해들을 정리하고 있다. 현재 한국 드라마를 만든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드라마의 직접 구성원인 PD, 작가, 배우들을 최근 화제작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또한 뉴 케이블 드라마, 시즌제, 미국 드라마의 영향, 리메이크, 사극, 드라마의 막장성, 타임슬립 등 최근 드라마의 핵심 개념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변화를 들여다본다. 이는 동시대 세계적인 텔레비전 픽션 비평의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고, 이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누리는 애정에 걸맞은 비평을 실현하는 작업이다.
특히 『밀회』, 『추적자』, 『해를 품은 달』, 『응답하라 1994』, 『미생』 등의 화제작을 통해 최근 한국 드라마 변화의 핵심 개념을 다룬다. 이 핵심 개념들을 통해 독자들은 개별 드라마 속에 드러나는 각 개념의 실천 효과와 상호 연관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드라마를 즐기는 시청자의 일상에 가까운 언어로, 이미 익숙해진 것들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선을 지닐 수 있게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