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법의 겉과 속: 근대 영국의 빈민 정책과 빈민의 삶]은 현대 복지국가의 시조이자 당대의 미니 복지국가를 함의한다고 평가되기도 하고, 빈민을 착취하고 지배 세력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사회 통제 수단으로 폄하되기도 하는 영국 빈민법을 주제로 한 책이다. 이 책은 이러한 양 극단 사이에서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는 영국의 빈민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변화되고 시행되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빈민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원시시대 이래로 굶주림과 함께 삶을 연명해 온 사람들이 절대적인 개념의 빈민일 터이다. 사회 전체가 가난한 시대에는 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특정 계급에 의해 부가 축적되고, 상대적인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빈민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함의를 갖게 된다.
영국을 살펴보면, 봉건제가 무너지고 장원 경제가 해체되면서 농업 자본주의가 성립된다. 농업 자본주의는 농민 다수를 임금을 받는 농업 노동자로 전환시켰다. 임금노동자가 된 농민은 시장의 변덕과 주기적인 경기 순환 속에서 대량 실업의 위험에 노출되면서 잠재적인 빈민이 되어 갔다.
이렇듯 경제구조의 변화와 함께 빈민이 대량으로 사회 전면에 등장하자 왕권과 지배 세력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도 다양한 불편과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빈민에 대한 사회의 문제의식은 빈곤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빈민에 대한 사회적 반감으로 나타났다. 튜더시기에 제정된 걸인과 부랑인에 대한 여러 법률은 이러한 반감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향후의 빈민법이 빈민의 생활 향상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Contents
머리말
제1부 빈민의 등장과 구빈 정책의 흐름
1. 빈민의 사회적 등장: 역사적 배경
봉건제 붕괴와 농업 자본주의의 대두|인플레이션과 인구 증가|영국판 종교개혁과 수도원 해체의 영향|부랑 인구의 급증|국가와 사회의 반응
2. 빈민 문제에 대한 국가 개입 소사
노동자법|걸인과 부랑인에 대한 제재 강화|1601년의 빈민법|1662년 정주법|노역소 테스트법|길버트 법|스핀햄랜드 체제|스터지스-본 법|빈민법 개혁: 신빈민법의 도입
제2부 구빈의 정치경제학
1. 빈민법의 이데올로기적 토대
중상주의|자유방임주의와 공리주의
2. 빈민법의 정치학
미시적 측면|거시적 측면
3. 빈민법의 경제학
빈민법의 경제적 영향|빈민법의 비용과 효과|빈민법과 임시방편의 경제
제3부 빈민의 삶과 목소리
1. 빈민은 어떻게 살았는가
빈민 구호의 과정|도시 빈민의 삶|농업 노동자의 삶|아동노동의 실상|빈민법과 도제 아동의 실태
2. 노역소
노역소의 역사|노역소의 행정과 운영|노역소에서의 삶|노역소 생활의 기억|노역소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