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에서는 2020년부터 매월 16일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에세이 『월간 십육일』을 연재해왔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 뮤지션, 배우, 시인, 정치인, 활동가인 동시에 평범한 시민인 글쓴이들은 ‘4월 16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들은 해마다 피는 봄꽃에서, 누군가의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그리운 사람의 얼굴에서, 반복되는 재난참사에서, 자기 일상과 예술에서도 그날의 기억을 발견한다. 그리고 함께 기억하자고 말한다. 10년이 흐르는 사이 ‘거대한 슬픔’으로 여겨지던 ‘4월 16일’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키고, 기억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커다란 리본’이 되었다.
50편의 에세이에 담긴 마음은 2014년 4월 16일, 같은 기억을 가지게 된 우리 모두가 경험한 슬픔과 고민, 죄책감과 책임감, 그리고 여전히 품고 있는 희망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더욱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서로 다른 곳에서 바쁘게 살다가도 노란 리본을 마주하면 반가움과 안도를 느끼고, 가려진 진실과 안전한 세상을 바라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이미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월간 십육일』은 열 번째 봄을 맞아, 기억의 힘을 믿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인사다.
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되어가는 동안 나는 죽음과 더 가까운 나이에 이르렀고 그러면서 조금씩 선명해짐을 느낀다. 무엇을 잊지 않고자 노력해야 하는지. 그건 아이들의 죽음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랑이다. 살고자 했던 삶이다. -은유(2024년 5월 16일, 수록작 「사랑이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중에서)
잊을 수가 없어서, 또 잊지 않기 위해 쓴 여러 작가의 수많은 글을 읽으며 나는 여전히 그 물결이 우리라는 공간을 흐르고 있음을 믿는다. 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작고 약하지만 손을 맞잡고 잊지 않으면 우리는 물결이 되어 거대한 바다에 이를 수 있다. 세상에는 바다라는 푸르고 광대한 공간이 그만큼의 커다란 슬픔이 되어 사무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슬픔의 바다로 이르는 물결이 되겠다.
-김하나(2021년 3월 16일, 수록작 「바다에도 봄이 온다」 중에서)
Contents
1부
슬픔의 기억력으로 _서윤후
네가 그 친구를 계속 기억하면 된단다 _이랑
그것 _오은
단단해지는 마음 _이슬아
등헤엄 _강혜빈
기억이 굳어가는 동안, 울타리처럼 서서 _정세랑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을 보면 _황인찬
그의 푸른 코스터 _김겨울
바다에도 봄이 온다 _김하나
2부
모두의 일곱 해 _김애란
우리의 괄호 _임진아
자동차들은 칸에 맞춰 자리를 잡았지만 _태재
그쪽 마을은 날씨가 맑게 개었나요 _송은정
Love me tender - 304개의 이름에게 _이훤
우리는 아직 나라다운 나라에 살고 있지 못하다 _장혜영
무맥락 대화 속에 담긴 희망 _무과수
12월 3일 금요일 _핫펠트(예은)
내 영혼은 당신과 생을 이어나갔다 _하연주
암기 _황예지
안경 _성동혁
3부
3/4정도의 매화나무 _김연덕
사랑은 시간을 얼린다 _유지혜
다가서는 마음 _최지은
다행히 그리고 당연히, 기억한다는 말 _김신지
거품이 조금 넘쳐도 괜찮잖아요 _오선화
애도, 이야기, 그리고… _정윤진
이태원 참사와 애도의 공동체 _박래군
겹침, 주름들 _박혜지
우리, 어떻게 해야 해요? _임정희
끝내 와 잫지 못한 이곳에서, 마주하는 마음으로 _김경희
애도하는 사람은 아주 귀중한 주체다 _정지우
4부
이곳은 여전히 난파선 _나희덕
우리들의 팔복을 위해 _김복희
우회하다 _최영희
멈춰 있는 시간과 나아가는 시간 _강민영
기억의 스키드마크 _김민지
당신과 나의 달력 _최현수
고백할 수 있어서 _정지향
서슴지 말고 기억해요 _고명재
레이스 뜨는 사람들 _배수연
지난하고 찬란한 _김지현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그 이후 _김중미
손이 닿는 곳 _김소영
5부
나의 세월호 _정보라
사랑이 안전한 세상을 위하여 _은유
뼈에 새겨지는 _천선란
언제부터 언제까지, 그리고 언제까지나 _이희영
세월호와 기후위기,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_정혜윤
안녕을 바라는 마음 _이병국
수정이 아빠의 십자수를 생각하며 _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