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인문학협동조합 간판인 ‘인문학자들의 헐렁한 수다’가 이번에는 영천을 찾았다. 대구에서 시작한 ‘헐수다’가 경북의 중요한 도시를 도는 중에 마침내 영천에 도착한 것이다. 영천은 사실 대구와 매우 가까운 곳이면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실제로 영천은 2개의 철도, 8개 나들목이 있는 3개의 고속도로, 3개의 국도 노선이 통과하고 있는 곳으로 사통팔달하여 여러 지역에서 접근이 매우 쉽다. 그래서 오래전 선사시대부터 이곳에는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있다. 삼한시대에는 골벌소국이란 부족국가가 형성되어 있었던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 때는 현재 영천의 도동과 임천 두 현을 합하여 영주(永州)라고 불리기도 했다. 조선시대 초기에 와서 비로소 현재의 이름인 영천군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현으로 격하되었다가 다시 군으로 환원되기도 했다. 마침내 1894년 8 도제에 따라서 경상도 영천군으로 호칭하였고, 1981년 영천 읍이 시로 승격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 영천시는 1읍 10면 5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천은 철마다 형형색색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봄에는 금호강변 따라서 시에서 조성한 넓은 꽃밭에 노란색 수선화, 개나리, 튤립, 벚꽃 등 화려한 색깔로 장관을 이뤄 봄꽃의 향연을 펼친다. 그리고 영천댐 따라 길게 이어져 있는 벚꽃 백릿길(임고면~자양면)은 봄이면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붐비는 명소이기도 하다. 초록색이 짙어지는 여름이면 영천의 곳곳은 푸르름과 싱싱함이 넘친다. 특히, 영천에 우뚝 솟은 보현산 여름의 짙은 녹음은 주변의 모든 푸르름을 모두 감싼다. 가을에는 결실의 계절답게 영천 곳곳에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다. 포도와 복숭아를 포함해서 여러 과일을 맛볼 수 있는 과일 축제와 영천 내 포도주 양조장에서 생산된 양질의 포도주를 맛볼 수 있는 와인축제가 개최된다. 그리고 보현산 천문대가 개방되어 우리나라 최대의 망원경을 직접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한약축제가 개최되어 다양한 영천만의 다채로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겨울에는 금호강을 따라 고즈넉한 풍경이 절정이다. 더욱이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동화 속 풍경’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낸다.
이러한 영천을 9명의 인문학자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누구는 오래전 있었던 영천의 옛 기억을 되살리며, 누구는 풍전등화의 나라를 걱정하며 고민한 영천의 한 인물을 그리며, 누구는 은해사 주변 나무를 생각하고, 누구는 영천 출신 여성작가에 관해,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오롯이 이번 ‘헐수다 - 영천 편’에 풀었다. 독자들이야 더 재미있고, 더 잘 알려진 곳에 가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겠지만 왠지 영천만큼은 이곳이 가진 각양각색의 멋과 색깔에 호응하기보다는 담담하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튀는 글 하나 없이 전체의 글이 수묵화의 느낌이 많이 나는 것은 왠지 이번 헐수다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인 듯 보인다. 하지만 모든 곳을 한꺼번에 다 소개할 수도 없으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특색인 만큼, 나머지 느낌과 감상은 독자들에게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