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아시아 대륙 온대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다. 중국과 일본구계의 동북방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조선삼림식물편은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 아시아 대륙 동북단지역 식물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일본열도 식물과 중국 동북지역 식물 분포 면에서 비교 동정해 볼 수 있는 명저로 손꼽는다.
더구나 한국동란 이후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의 실정이고 보면 북방계 식물을 연구할 수 없었다. 50년 동안이나 남한에 국한된 식물을 연구해 온 우리로서는 나머지 반인 북방계식물을 연구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학문적 자료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나카이가 이 책을 편찬할 때 문헌 사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원고를 집필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한반도 식물자원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아시아 대륙 식물학 발전에 크게 공헌했으며 한반도 식물분류학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책은 우리나무의 학명(學名), 이명(價名), 일명(日名)은 물론 한글 발음을 일본 글자로 표기해 놓았다. 이를 통해 민간에서 불러온 식물 이름을 알 수 있으므로 한글 연구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분포지도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나무의 이름을 통해 우리말 연구의 한 장을 마련해 준 셈이다. 나카이의 영향을 받은 소장 식물학자들은 1922년 우리 자생식물 2,904종을 수록한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案)》를 펴낸 바 있다.
나카이는 목본식물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자생하는 모든 식물자원을 조사했다. 조선삼림식물편은 목분류를 대상으로 엮은 책이지만 약간의 초본류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가 한반도에서 채집한 식물 표본은 대부분 동경대학에 보존돼 있다. 기준표본(基準標本) 자체가 일본에 있기 때문에 지금도 우리 학자들은 한반도 식물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현실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나카이 교수의 학문적 업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이 책의 원고를 저술할 때 표본을 앞에 두고 실물 크기로 삽화를 그렸다고 한다. 나뭇잎 하나까지도 직접 확인하면서 화가들을 독려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나 새로 그리게 했다고 전한다. 그래서 꽃과 잎은 물론 종자와 꼬투리 등, 그 나무를 식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를 펼쳐 보이고 있다. 조선삼림식물편은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목본식물 연구의 필독서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