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향토사학자가 발품을 팔아 엮어낸
사라져 가는 우리의 문화유산, 바위구멍 유적에 대한 학술적 접근
바위는 인간의 일상생활 주변에 위치하면서, 여러 자연 현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영원불변의 물체로서 인간이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 바위에 그림이 있거나 모양이 특별하다면 호기심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표면에 홈을 여러 개 조성해 놓았을 뿐 바위 또는 홈 자체에 담긴 의미나 예술성을 이해할 수 없는 바위는 호기심을 끌지 못했고 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바위를 갈아 생긴 구멍은 인간이 신과 소통하려 했던 표식으로서, 우리 조상들의 간절함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은 가장 오래된 문화적 풍속으로, 바위구멍 유적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의 일상생활까지 인간의 DNA와 잠재의식으로 전승되어 온 의식행위의 증거물이다.
상주지역에서는 낙동강 상류에 조성된 넓은 충적평야의 지형적 여건으로 인해 구석기시대부터 인류가 정착하면서 ‘낙동 물량리 인물 암각화’ 등 암각 문화가 발달했으며, 지역 곳곳에 많은 바위구멍 유적이 있다. 그러나 문자 등 시기를 알 수 있는 표식이 없어 편년을 정할 수 없는 모호함과 비규칙성, 그리고 조성법이 일정하지 않고 다양한 점 등으로 인해 학문의 한 분야로 주목받지 못하고 연구의 불모지로 남았다.
생활방식과 정신적 숭배 대상의 변화에 따라, 인간의 삶과 함께한 이 유적들이 급속하게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비록 상주지역에 국한하여 조사한 내용이지만 이 책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도 전문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바위구멍 유적의 성격과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