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은이 노래하는 시편들의 대상들은 대체로 허허로운, 손에 잡히지 않는 헛것의 존재로 나타나지만, 놀랍게도 그 허무한 것들을 직조하여, 시의 육체성을 탄탄하게 구축한다. “구름이 산 위에 터를 잡고 안주하려고 할 때는 나무들의 높이를 배려”(「구름의 건축술」)하는 화자의 절제된 성찰로써, 산은 가만히 있어도 산이 되고, 구름이 나무를 배려함으로써, 현실의 육체를 얻는 기가 막힌 풍경을 연출한다. “구름이 물꽃송이로 숲을 감싸고 액자의 테두리처럼 배경을 더해” 줌으로, 드디어 구름은 시공을 초월하여, 또 다른 공간을 건축한다. 이 어렵사리 한 공간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 세대 간의 교감, 그리고 창조적 시의 과정을 장인정신으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비워낸 꽈리 속에서 슬픔을 불어내는 과정을 통해, 슬프디슬픈 흔적들을 육화하면서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하는 절창을 본다(「슬픔을 불다」). 대체불가한 과거를 활달한 상상력으로 이미지들을 자유롭게 옮기면서, 과거의 박제는 시인이 전개한 심상의 공간에서 현현(顯現)함으로서 시간은 무화되고 만다(「새들도 어제를 찾으러 날아갈까」). 낮달을 통해 시간의 무상함을 형상화하여, 비어있는 시계로 은유 된 낮달의 모습은 결국, 인간 존재의 덧없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낮달이 떠 있는 방식」). ‘사랑해’라는 말보다 의자의 존재를 부각하며, 화자는 일상적인 의자를 통해 인간 내면의 의지를 형상화하는데, “의자는 혀가 없어, 다행이다”라는 재미난 말에 한편 안심한다(「다행이다, 의자」).
Contents
1부 다행이다, 의자
다행이다, 의자 · 12
맹그로브 숲 · 13
말을 생각하는 방식 · 14
마밀라리아 · 16
사이, 흐르다 · 18
목어 · 21
혀 · 22
어떤 문장 · 24
사과를 깎으며 · 26
쉐도우 · 28
거울 · 30
격자무늬 · 32
수국 · 34
봉황새 놀이 · 36
2부 새들도 어제를 찾으러 날아갈까
새들도 어제를 찾으러 날아갈까 · 38
여여 · 40
쉼박물관 · 41
이별 · 42
사랑의 종족 · 44
흔들리며 떨며 · 45
키움이란 말 · 46
풍경의 바깥 · 48
프레임에 갇힌 4월 · 50
산수유나무 · 52
무화과, 살에 피다 · 53
장미의 인사 · 54
숟가락 거울 · 56
보약 · 58
지구 반대편 여인 · 60
울음은 살아 있다 · 62
중대리 475 · 64
빗방울 종 · 66
3부 낮달이 떠 있는 방식
낮달이 떠 있는 방식 · 68
가뭄 · 70
게발선인장 · 72
엉가 · 74
견우의 해석 · 76
구름 목욕 · 77
계단에 대한 사고思考 · 78
구름의 건축술 · 80
그늘 한 평 · 82
그림자를 빨다 · 84
12시가 넘으면 · 86
꽃이 된 반달 · 88
노인 · 90
서천 꽃밭 · 92
노인과 바다 · 93
4부 슬픔을 불다
슬픔을 불다 · 96
달리, 구름 · 97
레미콘 · 98
마치 · 99
뫼비우스의 띠, 능소화 · 100
맥문동 · 101
별자리 · 102
복제되지 않는 아버지 · 104
귤에서 읽다 · 105
사과 · 106
사루비아 · 107
여름 동화 · 108
진눈깨비 · 109
시간의 혀, 잃어버린 시간 · 110
어린 골목길 · 112
촛불 · 114
미리 가본 길 · 115
해설 | 강영은_시간의 나침반과 공간에 길들여진 숨소리 · 116
Author
노자은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2015년 『문학광장』으로 등단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에서 함께했던 꽃과 나무, 풀과 구름들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과 지냈던 추억들이 시인의 길로 가게 한 듯합니다. 첫시집 『구름의 건축술』은 아득했던 시절의 자연의 벗들과 다시 만나서 구름의 집을 지었던 이야기입니다.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2015년 『문학광장』으로 등단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고향에서 함께했던 꽃과 나무, 풀과 구름들 그리고 순박한 사람들과 지냈던 추억들이 시인의 길로 가게 한 듯합니다. 첫시집 『구름의 건축술』은 아득했던 시절의 자연의 벗들과 다시 만나서 구름의 집을 지었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