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성스님의 글을 만날 때면, 그 문장에 대해서 먼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문으로 이루어진 옛 글들을 한글로 번역하는 것은 현대 불교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데, 정확한 언어적 표현뿐만 아니라, 내용의 엄중함을 손상하지 않는 품위 있는 문장과, 선(禪)적인 분명함까지 명확히 드러내는 문장을 만드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글화 작업은 언제나 조금 부족한 듯 느껴졌던 것이고, 그래서 내용적 어려움에도 한문 독송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아 온 면이 있다.
한문은 참 멋진 언어이고, 멋진 수행의 언어이기도 하지만, 한글도 그렇게 하는 데 손색이 없다는 것을 설담 운성스님의 글을 대할 때면 느낄 수 있다. 한 줄 한 줄 정성스럽게 다듬은 문장은 전혀 군더더기 없이, 조금의 꾸밈도 없이 깔끔하게 꼭 필요한 말만 정확하게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엄격한 수행자의 품격이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그 문장이 매우 아름답고 창의적이다. 마치 완벽하게 작곡된 한 줄의 아름다운 바하 음악을 대하는 듯하고, 한 쪽 번뇌도 남아 있지 않은 칼칼한 노 선사의 그 깔끔한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