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초를 사유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양자역학을 만나야 한다.”
- 이강영(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
세상의 기초를 이해하기 위한 인류의 끝없는 탐구 여정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하는 질문은 인류가 유사 이래 품어온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의문 중 하나이다. 여기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답안이 바로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다. 막스 플랑크는 1900년 12월에 ‘작용양자’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양자역학의 서막을 열었다. 그로부터 무려 1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 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을 충분히 이해했을 것 같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긴 시간 동안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을 확률과 인과율 그리고 물리적 실체와 연결 짓는 데 간신히 성공했을 뿐이다.
과거에 인류는 거의 400년 동안 “관측에 입각한 과학 이론은 자연의 진정한 실체를 서술한다”는 것을 하늘같이 믿어왔고, 이것이 과학의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 새로운 물리학 이론으로 대두되면서 과학과 철학 사이에 전례 없는 심각한 충돌이 야기되었다. 학자들은 진실과 이해를 뒷전으로 밀어놓고 “이 세계에 대하여 우리는 과연 무엇을 알 수 있는가?”라는 원초적 물음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양자역학이 그들을 인식론의 벼랑 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그 상태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목적은 경이로우면서도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양자역학의 탄생 초기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조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의 기초를 탐구해온 인류의 기나긴 여정과 맞닿아 있다. 1900년에 흑체복사 현상을 설명하려다가 우연히 탄생한 양자역학은 지금까지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거대입자가속기(LHC)를 통해 연일 새로운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책의 말미에서 피터 힉스가 예견했던 힉스 입자의 존재가 최종 확인됨으로써 세계를 이루는 기본입자에 대한 ‘표준모형’의 완전성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초끈이론이 등장하면서 모든 입자들뿐만 아니라 중력을 매개한다는 중력자까지 한꺼번에 설명하는 이론이 금방이라도 탄생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가능한 초끈이론이 여러 개 난립하여 유일한 이론을 꿈꾸던 물리학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초끈이론은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1995년 3월에 제2의 혁명기를 맞이하여 오늘날까지 이론물리학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초끈이론은 아직도 여분 차원을 말끔히 처리하지 못했고, 검증 가능한 물리량을 단 하나도 예견하지 못했다. 물리학 이론의 본분은 관측 가능한 현상을 미리 예측하는 것인데, 이 점에서 초끈이론은 완전히 자격 미달이다.
저자는 그런 면에서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양자역학이 또다시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힉스 입자를 발견한 LHC가 어떤 해답을 제시해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물리학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LHC가 ‘답’이 아닌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LHC가 지금의 표준모형과 양자장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면 물리학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지겠지만, 그와 동시에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다.
Contents
프롤로그 : 폭풍전야
1900년 4월, 런던
제1부 작용양자
1. 필생의 역작
2. 기적의 해
3. 약간의 진실
4. 코메디 프랑세즈
5.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내부
6. 스스로 회전하는 전자
7. 에로틱한 대사건
제2부 양자적 해석
8. 유령장
9. 빌어먹을 양자도약!
10. 불확정성원리
11. 코펜하겐 정신
12. 존재하지 않는 양자 세계
제3부 양자 논쟁
13. 논쟁의 시작
14. 경이로움의 극치
15. 광자상자
16. 청천벽력
17.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막간 제1차 물리학전쟁
1938년 크리스마스~1945년 8월
제4부 양자장
18. 셸터 섬
19. 모호한 대상을 생생한 그림으로 표현하다
20. 아름다운 아이디어
21. 약간의 기묘함
22. 머스터마크를 위한 세 개의 쿼크!
23. 신의 입자
제5부 양자적 입자
24. 심층 비탄성산란
25. 맵시 있고 약한 중성흐름
26. 색의 마술
27. 11월 혁명
28. 매개 벡터보존
29. 표준모형
제6부 양자적 실체
30. 숨은 변수
31. 베르틀만의 양말
32. 아스페의 실험
33. 양자지우개
34. 실험실의 고양이
35. 한결같은 환영
제7부 양자적 우주론
36. 우주의 파동함수
37. 호킹복사
38. 초끈이론의 1차 혁명
39. 시간과 공간의 양자
40. 위기? 무슨 위기?
에필로그 위안의 양자?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사진출처
찾아보기
Author
짐 배것,박병철,이강영
과학사 및 과학철학에 관한 글들을 주로 쓰며 과학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맨체스터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화학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이수하였고, 영국의 레딩대학교에서 화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상업적 세계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종신 교수직을 포기하고 쉘(Shell)사로 자리를 옮겨 비즈니스 컨설턴트와 교육전문가로 일했다. 1989년에는 화학물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왕립화학회(RSC)로부터 말로 메달(Marlow Award)을 받았다. 〈뉴 사이언티스트〉, 〈네이처〉 등에 꾸준히 과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1991년에는 영국과학작가협회(ABSW) 과학저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퀀텀스토리(The Quantum Story)』, 『힉스, 신의 입자 속으로(Higgs)』, 『원자(Atomic)』, 『양자이론의 의미(The Meaning of Quantum Theory)』, 『물질의 탐구(MASS)』, 『기원의 탐구(ORIGINS)』 등이 있다.
과학사 및 과학철학에 관한 글들을 주로 쓰며 과학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맨체스터대학교를 졸업하고 옥스퍼드대학교에서 화학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같은 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을 이수하였고, 영국의 레딩대학교에서 화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상업적 세계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종신 교수직을 포기하고 쉘(Shell)사로 자리를 옮겨 비즈니스 컨설턴트와 교육전문가로 일했다. 1989년에는 화학물리학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왕립화학회(RSC)로부터 말로 메달(Marlow Award)을 받았다. 〈뉴 사이언티스트〉, 〈네이처〉 등에 꾸준히 과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1991년에는 영국과학작가협회(ABSW) 과학저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퀀텀스토리(The Quantum Story)』, 『힉스, 신의 입자 속으로(Higgs)』, 『원자(Atomic)』, 『양자이론의 의미(The Meaning of Quantum Theory)』, 『물질의 탐구(MASS)』, 『기원의 탐구(ORIGINS)』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