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나라 건국에서 『사기』까지 천년의 시간
중국은 어떠한 국가로 탄생한 것인가
세계가 만든 상식을 바꿔놓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책의 제목은 ‘문명 중국, 현실 중국’이다. 중국을 하나가 아니라 ‘두 중국’으로 보는 것은, 규범 속의 중국과 현실 중국의 상호관계를 이해하는 일이 중국 통찰의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규범과 현실, 이상과 실재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지만, 중국처럼 ‘규범 속의 나라’가 별도의 이름과 상상 세계를 지니면서 ‘현실 속의 나라’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두 중국이 탄생하는 역사적 맥락과 그 진실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점을 간과하면 ‘문명 중국’을 실제 중국으로 착각하거나 아니면 ‘중국의 이중성’을 강조하는 시각에 머물기 십상이다. 세계 중국학에 내재한 인문주의 시각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 두 중국의 ‘탄생’을 강조한 것은 중국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특정 권력-지식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역설하기 위함이다. 역사는 경쟁을 통해 진화하고 또 승자의 시각으로 역사가 쓰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체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의 시각으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가 중요할 따름이다. 권력-지식 집단이 만든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역사에 개입한 사람들의 시각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천년의 시간 속에도 고대 중국인의 시각, 후대 중국인의 시각, 현대 연구자의 시각이 개입되어 있었다. 주나라 천 개념은 어떠했는가. 천 개념은 주나라 창업자들이 만든 것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문주의 천 개념은 후대 중국인과 현대 연구자들이 해석한 것이다. 상주 교체기의 천 개념과 인문주의 천 개념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얘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주나라 창업자들이 우주 정치적으로 해석한 천 개념과 인문주의에서 도덕적 자각으로 해석한 천 개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시도한 작업은 주나라 창업자의 천 개념을 추적하여 인문주의 천 개념을 성찰하고, 이를 통해 상주 교체기의 역사 문화적 맥락을 통찰하는 일이다.
Contents
들어가는 글: 걸어온 길을 알아야 가는 길이 보인다
1장 천명天命 ─ 주나라 건국의 진실
1. 오성취五星聚, 하늘에 새겨진 지상의 권력
2. 상제上帝는 주나라 최고신이었다
3. 천명, 통치 정당성을 위한 우주 정치
4. 봉건제, 가족국가와 그 한계
2장 열국의 패권 욕망과 정통성 만들기 ─ 춘추시대의 내면 풍경
1. 유왕과 포사, 왕조 몰락의 공식 서사를 넘어
2. 제후들의 욕망, 천명은 나의 것
3. 천하 경쟁과 정통성 만들기
4. 전쟁의 시대가 열리다
1. 천명을 안다는 것
2. 북극성과 하늘의 질서
3. 주공周公의 덕
4. 관중의 힘, 대의를 실현하다
5. 중용, 균형과 공감의 정치
6. 공자, 오래된 미래의 규범
5장 천하 통일을 위한 방안과 민심 ─ 전국시대의 딜레마
1. 진秦나라를 보는 편향성을 넘어
2. 상앙의 변법, 토지와 작위가 만든 전쟁국가
3. 맹자의 인정仁政, 전쟁시대에 도덕 정치는 가능한가
4. 제자백가, 통치와 민심은 일치될 수 있는가
6장 중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 ─ 의리義利의 세계관
1. 대동大同사회의 꿈
2. 믿을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3. 의義, 혼란된 세상의 기준이 되다
4. 성문법의 등장과 귀족사회의 불안
5. 외유내법外儒內法과 중국식 통치 세계
6. 생존공동체, 대의와 이익을 공유하는 사람들
7장 중국의 대국화와 만들어진 변경
1. 중국이 장성을 쌓은 내막
2. 전국시대 장성이 왜 명 장성 북쪽에 있는가
3. 고토 회복, 동아시아 전쟁의 기원
4. 머나먼 평화의 길
8장 통일국가의 탄생 ─ 진시황과 사마천
1. 승자와 기억되고 싶은 역사
2. 『사기』, 통일국가의 탄생
3. 인간은 의리義利를 먹고 산다
4. 26사史, 중국 왕조가 지속되는 이유
글을 마치며: 두 중국 딜레마의 통찰이 중국 이해의 관건이다
Author
이종민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박사. 한밭대·경성대 교수, 북경수도사범대학·홍콩영남대학 방문학자, [중국의 창] 편집인을 지내고, 전남대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표준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중국문명·중국문제·한중관계의 진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이라는 불편한 진실-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흩어진 모래-현대 중국인의 고뇌와 꿈』, 『한국과 중국, 오해와 편견을 넘어』(공저), 『근대 중국의 문학적 사유 읽기』 등이 있고, 역서로 양계초 『구유심영록』·『신중국미래기』, 엄복 『천연론』(공역), 토머스 헉슬리 『진화와 윤리』 등이 있다. 시집으로 『길이 열렸다』, 『눈사람의 품』을 출간하였다.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박사. 한밭대·경성대 교수, 북경수도사범대학·홍콩영남대학 방문학자, [중국의 창] 편집인을 지내고, 전남대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표준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중국문명·중국문제·한중관계의 진실을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저서로 『중국이라는 불편한 진실-신자유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흩어진 모래-현대 중국인의 고뇌와 꿈』, 『한국과 중국, 오해와 편견을 넘어』(공저), 『근대 중국의 문학적 사유 읽기』 등이 있고, 역서로 양계초 『구유심영록』·『신중국미래기』, 엄복 『천연론』(공역), 토머스 헉슬리 『진화와 윤리』 등이 있다. 시집으로 『길이 열렸다』, 『눈사람의 품』을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