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머릿속에 ‘나’라는 사람의 본질을 응축시킨 아바타 같은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를 ‘자아’라고 부른다. 자아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요인이며, 다른 어떤 동물도 인간만큼 발달된 자아를 가지고 있지 않다. 자아 덕분에 우리는 과거의 내 모습을 회상함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반성할 수도 있고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함으로써 10년 후 계획도 세울 수 있다. 타인과 구별되는 나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겉모습에 신경을 쓰고, 타인이 보는 나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의 사회 규범을 지킨다. 수치심, 죄책감, 후회, 자랑스러움, 기대, 설렘 같은 감정들도 자아가 없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자아 때문에 쓸데없는 고통을 받기도 한다. ‘연인이 바람을 피우면 어쩌지’, ‘시험에 떨어지면 어쩌지’처럼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걱정을 사서 하고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며 이미 흘러가 버린 일을 밤새 곱씹는다.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하고, 남들이 보기에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기 위해 무리한 노력을 하기도 한다. 이 냉엄한 잣대를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들이밀며 편견과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이토록 괴로움을 겪는 이유가 나를 불안하게 했던 연인, 어려웠던 시험, 화를 낼 수밖에 없던 상황 같은 외부 요인들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안의 나, 즉 자아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나는 왜 내가 힘들까(원제: The Curse of the Self)》에서 저자 마크 리어리Mark R. Leary는 자아가 마치 인간에게 내려진 저주와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는 가장 큰 고난들의 대부분은 직간접적으로 자아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아가 없는 편이 낫다는 절망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이 갖춘 이 정신적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할지 이해해야만 보다 분별력 있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책은 평화롭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는 것이 어쩌면 이렇게 어려운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였다. 단순히 나를 더 채찍질하고, 내 행동과 말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과도한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이 책을 추천하고 직접 번역까지 한 박진영 작가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얻은 그 어떤 가르침보다도 내 삶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끝없는 나와의 싸움에 지친 이들, 대체 어디서 행복을 찾아야 할지 마음속이 혼란스러운 이들, 이유 없는 조바심에 허덕이던 이들 모두 자신의 고민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명료한 해답을 이 책에서 얻어 가길 바란다.
Contents
한국의 독자들에게
시작하며
1장 사람, 스스로를 인식하는 동물
2장 두 개의 세상에서 살아가기
3장 자아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4장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기
5장 자아와 자아가 충돌한다면?
6장 목숨조차 내걸게 하는 자아
7장 종교와 도덕
8장 자아가 내 마음대로 안 될 때
9장 자아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옮긴이의 말
주
Author
마크 R. 리어리,박진영
듀크대학교 심리학 석좌교수와 성격 및 사회심리학회SPSP 회장직을 역임했고 미국심리학회APA 펠로이다. 학문적 성과와 영향력을 인정받아 국제 자아 및 정체성 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elf and Identity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으며 미국과학정보연구소ISI에서 선정한 ‘1986~1990년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25인’에 이름을 올렸다. 소속 욕구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임을 정립한 그의 논문은 인용횟수 2만 5,000회를 돌파했고 최근 논문 발표 25주년을 맞이했다.
듀크대학교 심리학 석좌교수와 성격 및 사회심리학회SPSP 회장직을 역임했고 미국심리학회APA 펠로이다. 학문적 성과와 영향력을 인정받아 국제 자아 및 정체성 학회International Society for Self and Identity에서 평생공로상을 수상했으며 미국과학정보연구소ISI에서 선정한 ‘1986~1990년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25인’에 이름을 올렸다. 소속 욕구가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임을 정립한 그의 논문은 인용횟수 2만 5,000회를 돌파했고 최근 논문 발표 25주년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