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 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종일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할머니 방 벽 한쪽에는 매일이고 보고 싶은 가족의 사진이 걸려 있고, 또 다른 한쪽에는 얼마나 문지르고 닦았는지 반질반질 윤이 나는 할머니의 보물 1호, 자개장이 있습니다. 또 언제든 몸을 편히 누일 수 있는 두툼한 요와 무료함을 달래 줄 텔레비전도 있지요. 할머니가 눕는 요 주변에는 리모컨과 휴지, 가족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노트 등 자주 쓰는 물건들이 뜨개실에 줄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실만 살짝 당기면 물건을 집을 수 있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생활하기 위한 할머니의 지혜였습니다.
할머니는 이 방에서 느리고 조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해가 나면 해가 나는 대로 해바라기를 하고, 해가 지면 해가 지는 대로 고요한 밤을 보냈습니다. 마치 집 안 화분에 심어진 한 그루의 나무처럼, 가늘고 긴 뿌리를 움직이듯 뜨개실을 당겼다 풀었다 할 뿐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대바늘로 자개장 아래를 훑으며 잃어버린 보청기를 찾았습니다. 엉뚱하게도 대바늘에 걸려 나온 것은 낯설지만 익숙한 뜨개실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가만가만 실을 감으며, 이 실로 무엇을 만들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내 떠올렸습니다. 자식과 손녀를 위해 목도리를 뜨고 장갑을 뜨던 포근하고 다정했던 기억들이었지요.
Author
석양정,조영지
생의 에너지를 전하는 <할매발전소>의 기획자이자 작가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그림책 《할머니 나무》는 작가의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생의 에너지를 전하는 <할매발전소>의 기획자이자 작가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첫 그림책 《할머니 나무》는 작가의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