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구 연구회고록

한국 국제정치학 발전을 위한 60년의 사색

김용구 교수의 연구방법론의 특징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일본·미국·영국·러시아·독일·프랑스 등 주요 열강의 외교문서와 미간문서를 종횡으로 구사하는 사료의 방대한 인용과 그러면서도 특정 강대국의 시각에 매몰되지 않는 균형 있고 객관적인 서술에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가 단순히 역사의 객관적 재구성이라는 실증사학의 대의大義를 추구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교문서에 응축된 한 민족의 대외인식의 고유한 정신적 구조를 해명할 것을 주장한 사실이다. -「해제: 담여 김용구 교수와 한국외교사」 중에서

-60여 년 동안 한국 국제정치학에 관한 글을 쓰고 국제정치학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다면 그것은 모두 스승들의 영향이었다. “셋이 걸어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라는 공자의 말씀을 다시 생각한다.

-학생들은 내가 1950년대 대학생 시절 교재로 사용했던 200페이지 내외의 간략한 지침서를 아직도 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자괴감에 큰 충격을 받고 세계외교사 교재 집필을 다짐하게 되었다.

-나는 19세기 중반 이후 조선이 사대질서 이외의 세계와 접촉하기 시작한 이후 외교문서를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동북아역사재단 초대이사장 김용덕金容德 교수에게 역설하였다. 그는 고맙게도 이 제안에 동의하였다.

-한국외교사 연구의 목적은 첫째, 열강의 외교문서 속에 내재해 있는 그들의 한반도에 대한 인식 태도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둘째, 우리 문서 속에 함축된 대외인식의 본질이나 수준을 추출해 여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습니다. 끝으로 이와 아울러 그런 인식 태도 또는 세계관이 오늘날 한반도에서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