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권의 탁월한 문예비평가에게 주어지는
알프레트케르 상(2000년)과 요한하인리히메르크 상(2008년) 수상 작가!
종이는 단순한 물질이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마법의 물질’이다. 어떤 점이 종이를 그렇게 특별하게 만들까? 종이는 시대별로 놀라운 변신을 거듭했다. ‘페이퍼’의 어원이기도 한 ‘파피루스’로 종이를 만든 것은 이미 11세기에 끝을 맞았지만, 중세 수도원에서 양피지로, 근세 도시에서 넝마(헌 옷) 종이로, 그리고 19세기 후반에는 나무 종이로 화려한 변신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종이가 ‘마법의 물질’인 것은 비단 그런 소재적인 측면 때문만은 아니다. 더욱 중요하게는 그것이 일종의 ‘미디어’로서 인간과 사회에 끼친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종이는 그 시대의 다른 매체들과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그 속에서 정치 및 사고방식 그리고 사회제도의 양상을 바꾸었다.
이 책은 제지술의 역사를 서사의 축으로 삼아 상세하게 살펴보는 한편, 특히 미디어 이론의 관점에서 ‘종이의 시대’를 재구성한다. 이 책의 이러한 독특한 접근방식은 종이가 단지 과거의 매체가 아니라, 현재 디지털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치열하게 사유해야 할 대상임을 분명히 드러낸다.
저자는 유럽의 탁월한 문예비평가로서 문학작품 속의 다채로운 장면들을 포착해 종이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라블레와 그림멜스하우젠을 시작으로 발자크와 허먼 멜빌을 거쳐 제임스 조이스와 폴 발레리까지, 역사와 문학이 교직된 텍스트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인다.
Contents
프롤로그
1부 유럽의 종이 보급
1장 사마르칸트에서 온 종이
아랍 중간에 있는 왕국
종이, 성스러운 것이자 세속의 필수품
셰에라자드의 세계
연인들의 밀어와 마술적 언어의 공간
2장 도취감에 부풀어
유럽 제지공장의 융성
종이, 학자, 카드
문서의 융성: ‘종이의 왕’, 관청, 그리고 서기
제노바의 상인과 종이의 특별한 관계
넝마에서 신의 은총처럼 새하얀 종이가 나오다
3장 보편적인 물질
구텐베르크 은하계의 인쇄형 인간, 라블레
우편제도와 메피스토의 종이쪽지
종잇장 속의 세계; 비침무늬, 치수, 색깔
2부 인쇄면의 배후
1장 인쇄된 것과 인쇄되지 않은 것
‘필사본에서 인쇄본까지’라는 공식의 함정
백지: 글쓰기의 원초적 공간
미발표 문서를 인쇄한다는 것의 의미
2장 모험가와 종이
가짜 돈키호테를 대하는 진짜 돈키호테의 자세
악한소설 속에서의 종이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의 일기와 잉크, 그리고 시간
3장 투명 인쇄술
실제 편지 같은 서간소설의 위장술
검은 페이지, 하얀 페이지, 대리석 문양 페이지
“도서관을 통째로 줘도 초록 서재와는 안 바꾼다”
3부 대대적인 확산
1장 초지기라는 악령
제지의 기계화
혁명 혹은 종이로 뒤덮인 파리
발자크, 저널리즘과 『잃어버린 환상』의 종이를 둘러싼 음모
필경사의 비밀: 찰스 디킨스와 니모 씨
거대한 종이기계 앞에 선 창백한 소녀들
2장 신문용지와 대중지의 등장
나무로 종이를 만들다
신문 미디어의 확산과 전개
에밀 졸라, 〈프티 주르날〉과 드레퓌스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