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의 말, 그 대중설득의 전략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 이후,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남북간의 대립과 불신의 벽이 차츰 허물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사람들의 눈에는 아직도 김일성 부자를 어버이 받들 듯 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 낯설다. 북한이 그토록 긴 세월동안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지도자 유일체제를 고수할 수 있었던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이 책은 북한의 유일 지배체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김일성의 언술적 전략을 꼽는다.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사상의 언어구조, 북한의 지배담론인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담론을 두루 살펴봄으로써 북한 사회 바로보기를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아무리 강한 자라 할 지라도 힘을 권리로, 복종을 의무로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지배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다"라는 루소의 말을 들며, 김일성이 바로 이 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한 지도자라고 말한다.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 정치에서 북한만큼 정치권력과 지도자에 대해 종교적 경지에 버금가는 지지 기반을 구축한 나라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예로 저자는 김일성의 언어 전략을 '①대중이 알기 쉬운 말을 사용한다 ②같은 단어와 문장을 반복하여 설득력과 호소력을 강화한다 ③민족어 사용을 권장하여 노동자 농민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체제의 정당화를 공고히 한다'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이러한 김일성의 언술전략이 주체사상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보이며, '통속과 반복의 언어', '신화적 언어'의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주체사상이 대중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맹목적인 동조를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유발함으로써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심리적 동의구조를 형성해 왔음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