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시작이어서 아름답다!
비 갠 후의 맑은 하늘,
해밀 교육마을공동체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불안과 설렘의 이중주다. 이 책은 설렘이 어떻게 불안을 이겨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다. 해밀! 비 갠 후의 맑은 하늘! 그 이름 그대로 걱정, 부족함, 외로움이 기대, 기쁨, 보람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읽는 내내 감동한 것은 걱정과 희망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기록한 선생님들의 정성이다. 기록은 나눔이다. 이 좋은 것을 어찌 나 혼자 간직한단 말인가! 그 마음이 페이지마다 애틋하게 담겨 있다. 그 나눔을 무려(!) 17명의 선생님들이 더불어 했다. 처음엔 그런 ‘함께’를 성가신 것이라고 여겼을 법한데 이렇게 ‘협력의 기쁨’을 선보이다니! 해밀 공동체의 향기가 물씬 풍겨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향기의 출처가 어디인지를 말해 준다. 각 반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선생님과 아이들이 무엇을 나누고 있는가를.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혁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학생, 교사, 교장, 학부모. 학교를 구성하는 이 네 주체가 소외되지 않고 저마다 주인이 되는 혁신. 아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면서 선생님도 행복한 학교, 학생들도 배우지만 선생님도 성장하는 학교. 이 책은 해밀초등학교가 그 상생의 공동
체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해 오고 있는지 보여 준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해밀초 이야기는 말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시작이어서 아름답다!
_ 오연호(꿈틀리인생학교 이사장, 『삶을 위한 수업』 저자)
1층의 구조를 알고 나면 2, 3, 4층의 구조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학교이고 교육이었다. 몇 가지 패턴을 익히는 것으로 얼마든 예측 가능한 공간에 산다는 것은 그곳에 머물며 보내게 될 시간과 삶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얼마나 큰 비극인가. 해밀 사람들은 독특한 학교 내부를 안내하는 이정표와 표지판을 두지 않는다. 길이 헷갈린다면 가보면 될 일이고 물으면 될 일이란다. 사실 갈림길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가면 모든 미로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럴싸한 방법이지만 여정이 내내 교육인 학교에 어울리는 서사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이정표를 두지 않는 패기를 지키며 해밀이 좀 더 많이 헤매길 바란다. 반지빠르게 대안과 사례를 내어놓기보다는 다른 교육을 마음껏 상상하고 실천하며 우리 교육의 변화를 탐색해 주길 바란다. 문을 열었을 때 예상치 못한 공간이 펼쳐지는 생경한 경험으로 우리의 과거와 미래를 새롭게 연결하고 전환해 내는 현재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두고 보라. 공간과 내부형 공모 교장이라는 이슈에 덮여 있던 해밀의 진가는 이제부터 시작일 테니.
_ 정유숙(소담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