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우리 반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니까요.”
마을과 사람, 생태, 역사, 축제를 이야기하다
‘교육과정의 주인은 누구일까? 교사가 일방적으로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까?’와 같은 고민부터 ‘교육과정의 목표이자, 우리가 바라는 민주시민은 어떤 시민일까? 어디에서 밥을 먹고, 어디에서 생활을 하는 시민일까? 그런 시민을 만들기 위해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구체적인 고민까지 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결론으로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교육과정만으로는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위기를 느끼면서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삶의 공간인 마을이 어쩌면 아이들의 가장 큰 배움터이자 역사이기에 같은 삶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겠다 싶었다. 어쩌면 아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 나선 건지도 모르겠다.
수업을 하는데 한 아이가 외쳤다. “선생님, 정말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흙 속에 담긴 낯선 기억을 찾아서」 프로젝트 중 국어 말하기 원고를 작성하던 중에 외친 말이었다. 정말 피상적이고 모호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진지하면서도 단호한 이 아이의 눈빛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아이의 ‘잘’이라는 말이, 세속적인 의미의 ‘잘’이 아니라 이상적이면서 가치를 담은 ‘잘’이라는 것을. 평소에는 등하교하느라, 시흥보다 더 크고 멋진 도시로 눈길을 보내느라, 정작 우리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 못했던 중학교 1학년 시절, 마을을 수백 년 동안 지켜 온 우물을 둘러보고, 프로젝트가 아니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길가의 나무껍질과 담벼락을 만져 보았던 기억. 이 기억은 오래도록 아이들의 마음속에 남아 언젠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한여름 무더위 속에 길을 걷다가, 오래전 이날을 기억하게 되리라.
Contents
추천의 글
| ‘마을’이 복원되고 ‘자치’와 ‘미래’로 연결되는 길 | 서용선
머리글 | 하나의 원을 그리며 | 백윤애 · 박현숙 · 이경숙 · 이윤정
1막 혁신교육에서 미래교육까지 | 박현숙
2막 마을과 사람
1장 밤새 훌쩍 자라난 옥수수처럼 | 백윤애
2장 학교 담장을 넘어선 배움-마을 벽화 탄생기 | 백윤애
3장 마을의 삶을 찾아가는 여행 | 이경숙
4장 마을 속으로 들어간 학교 | 백윤애
3막 마을과 생태
1장 이타적 디자인과 공정무역, 공정한 세상을 꿈꾸다 | 이경숙
2장 소박하나 풍요롭게, 라곰 프로젝트 | 이윤정
3장 지구를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공간 | 백윤애
4막 마을과 역사
1장 설화, 낯선 기억으로 기록하기 | 이윤정
2장 마을에서 보물찾기 | 백윤애
5막 마을과 축제
1장 학교, 민주시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 박현숙
2장 100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 백윤애
Author
백윤애,박현숙,이경숙,이윤정
발령받고 방문했던 시흥은 낯설고 바람 시린 곳이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시흥스러운' 사람이 되었고, 시흥은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산다. 장곡중학교에서 일하고 배우고 꿈꾸었던 모든 것이 교직 인생을 바꾸어 놓았고, 지금은 혁신학교 응곡중학교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교사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교사 아닌 다른 일은 상상해 본 적이 없기에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교실을 그저 즐기려 한다.
발령받고 방문했던 시흥은 낯설고 바람 시린 곳이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시흥스러운' 사람이 되었고, 시흥은 제2의 고향이라 생각하며 산다. 장곡중학교에서 일하고 배우고 꿈꾸었던 모든 것이 교직 인생을 바꾸어 놓았고, 지금은 혁신학교 응곡중학교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교사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교사 아닌 다른 일은 상상해 본 적이 없기에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교실을 그저 즐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