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를 ‘진짜’라고 믿고 있는 할아버지와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는 엄마,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뉴스로 도배된 친구의 유튜브 리스트! 넘쳐나는 가짜들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과연 진실하고 올바르고 균형 잡힌 기사를 걸러낼 수 있을까?
가짜뉴스는 특히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한창 생각을 키워가는 청소년들의 머릿속에 그릇된 생각을 심어놓는다. 청소년들은 아직 세상을 이해하는 틀이 단단히 여물지 않은 상태에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허위조작정보를 접했을 때도 시사정보와 뉴스유통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는 성인과 그렇지 않은 청소년의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성인들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 혹은 경험에 비추어 미덥지 않은 것들을 배척하거나 걸러내는 힘이 ‘어느 정도’ 있지만, 몸도 생각도 날마다 성장 중인 청소년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잘못된 생각으로 굳어진 인식의 틀을 갖게 되면 성인이 된 뒤에도 잘못된 판단을 반복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가짜뉴스가 청소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도 타격을 받는다. 양치기 소년의 반복되는 거짓말로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두려움에 떨어야 했고,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요즘도 가짜뉴스 때문에 어떤 사람은 시간을, 다른 누군가는 재산을, 또 다른 사람은 인생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기도 한다.
이 책이 주목하는 또 다른 문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언론 신뢰도에 얽힌 상황들이다. 각국의 뉴스 신뢰도를 비교 분석한 자료를 보면(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대한민국의 뉴스 신뢰도가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인 40위라고 나온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1퍼센트였는데, 이 수치는 나라 사정이 복잡한 멕시코, 홍콩보다도 낮다. 열에 여덟은 언론을 믿지 않는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또 하나의 놀라운 조사 결과가 있다.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를 언론이라고 생각하는가?” 하는 물음에 응답자 전체의 28.6%가 ‘그렇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20대는 39.7%가, 30대는 36.1%가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고,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 서비스를 언론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은 24.6%(20대는 34.2%), 페이스북 등 SNS를 언론으로 생각한다는 답은 21.8%(20대는 35.3%)로 집계되었다. 대다수 사람이 어디서 뉴스를 접하고 읽고 소비하는지, 가짜뉴스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짐작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신문기자다. 덕분에 적확하고 전문적인 분석이 가능했다. 한동안 논란이 되었던 보도들을 예로 들면서 하나의 기사가 어떤 경로를 거쳐 가짜뉴스로 둔갑하는지, 그것을 만들고 퍼뜨리는 사람은 누구인지, 선량한 일반 시민들은 그것들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며 판독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짚어준다. 특히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덧붙임 자료로 제공한 ‘기자의 눈으로 뉴스 뜯어보기’는 매우 실용적이다. 기사의 헤드카피 유형부터 육하원칙에 따른 본문 구성과 용어 다루기 및 기사 끝에 달리는 바이라인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예를 들면서 설명해준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범람하는 기사들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낼 수 있는 지혜와 정보, 기사를 읽을 때 중시해야 할 점, 한눈에 가짜임을 알 수 있는 팁 등을 얻을 수 있다. 청소년을 비롯해 뉴스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뉴스를 통해 세상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그 과정에서 균형 잡힌 건강한 시각을 다지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Contents
저자의 말
들어가며_거짓말쟁이의 신이 된 헤르메스
1장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21대 총선은 조작되었다” / 죽었다던 북한 김정은의 부활 / 참전용사보다 무슬림이 먼저라고? / 가짜뉴스가 탄생시킨 대통령 / ‘오늘도 낚였네’ 일상이 된 가짜뉴스 / 진짜보다 가짜가 더 많다고? / 친구도 못 믿겠고 언론도 못 믿겠다
2장 언론이 하는 일, 언론이 해야 할 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역할 / 정보·비판·오락·공론장 그리고 교육 / 제4부, 기자라는 특권 / 굳어진 상식 vs 괴짜의 주장 / 임무와 현실의 괴리 / 바닥을 기어가는 뉴스 신뢰도
3장 가짜뉴스의 정체
태초에 가짜뉴스가 있었다 / 가짜‘뉴스’라는 역설 / 가짜뉴스의 형태들 / 가짜뉴스와 오보, 왜곡보도 / 골키퍼가 너무 많다 / 골키퍼 없는 홈그라운드, SNS / 가짜뉴스에 속은 진짜 기자들 /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거짓말
양치기의 장난이 부른 대혼란 /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선택을 부른다 / “보수코인 탈까요, 진보코인 탈까요?” / 소리 낼 힘조차 없는 사람들 / 양치기의 장난, 그 후 / 청소년에게 더욱 치명적인 가짜뉴스
6장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결할까?
언론보다 더 자유로운 가짜뉴스 / 가짜뉴스 방지법, 어렵다 어려워 / 감옥을 늘리면 가짜뉴스가 사라질까? / 네이버·페이스북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고!” / 가짜뉴스 vs 팩트체크, 팩트체크 vs 펙트체크 / 가짜를 찾아내는 능력, 미디어 리터러시 / 지금 바로 써먹는 가짜뉴스 구분법
7장 가짜뉴스를 넘어서
입맛 따라 달라지는 진짜와 가짜/ ‘기레기’라 불러도 할 말이… / 모두가 기자가 되는 세상 / 나가며 민주 사회의 전령과 영웅
붙임 자료1_기자의 눈으로 뉴스 뜯어보기
가짜뉴스 뜯어보기 사례1 “영국과 일본의 정치학자들. 한국의 비정상적인 탄핵운동과 시위현장 지적” / 가짜뉴스 뜯어보기 사례2 반기문의 대통령출마는 UN법 위반 ‘UN 출마 제동 가능’ / 진짜 뉴스 뜯어보기
붙임 자료2_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
언론 단체 및 기관들 /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 세계인권선언(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 제정)전문
Author
강병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해방기 연극의 정치적 대중성’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서울신문에 입사하여 정치부(국회, 외교부), 사회부, 사회2부, 문화부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는 서울신문 공정보도위원회 간사,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으로 활동하며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좀 더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정치와 국제관계, 사회운동 등 경성 뉴스의 영역을 문화사의 시각에서 다루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보도 등으로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동료 기자들과 『세상을 읽다』(공저)를 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해방기 연극의 정치적 대중성’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서울신문에 입사하여 정치부(국회, 외교부), 사회부, 사회2부, 문화부 등을 거쳤다. 2018년부터는 서울신문 공정보도위원회 간사,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으로 활동하며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좀 더 객관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정치와 국제관계, 사회운동 등 경성 뉴스의 영역을 문화사의 시각에서 다루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보도 등으로 한국기자협회 기자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동료 기자들과 『세상을 읽다』(공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