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벌턴은 포스트 식민주의, 그리고 어느 한 국가에 한정된 문제로 볼 수 없다. 일본을 보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아시아?태평양전쟁)이 종식된 후 고도경제성장을 이룬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장과 진보의 논리로 합법적이고 온당한 제도처럼 연출된 권력의 미명 하에 사회적 마이너리티에 위치한 약자와 소수자들은 비민주적이고 부당한 억압에 신음해 오고 있었는데, 다만 그 실체가 매몰되고 가려져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세계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일국의 경계를 넘어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역사적 사건을 공유하며 정치?경제적으로 복잡한 관계망 속에 놓여있는 동아시아의 서벌턴 문제는 초국가적 차원에서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억압의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비판적인 성찰의 토대를 마련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할 초역적 과제이다.
본서는 일본사회의 ‘말할 수 없는’ 사회적 약자로 규정된 서벌턴이 이제 ‘말할 수 있는’ 주체로 전환되어 가는 주체성 형성 과정과 그 의의를 밝히고자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근대와 근현대에 걸쳐 일본사회의 주변부 혹은 하층민의 관점에서 일본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고, 나아가 동아시아의 미래를 소통과 상생으로 전망해보고자 노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