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가 처음 수면 위로 떠올랐던 1990년대 초와 비교해 볼 때 지금 두 가지의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식민 지배국 일본과 피지배국 한국 사이의 민족 문제에서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여성인권의 문제로까지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이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여성인권에 대한 말살 행위로서 국제사회에 자리매김시킨 것은 그동안의 ‘위안부’투쟁이 일궈낸 커다란 성과이다. 또 하나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초고령화한 ‘위안부’들이 머지않아 이승에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란 점이다.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가 사라진다는 것은 ‘위안부’투쟁사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모두 죽으면 해결될 것이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를 비롯한 역사수정주의자들의 내심이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들이 다 죽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고故 김학순 ‘위안부’의 발언이다. 비단 김학순만이 아니라 죽음을 눈앞에 둔 모든 ‘위안부’의 한맺힌 절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위안부’ 문제의 전문가도 아닌 내가 감히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는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부터 ‘위안부’ 문제의 무시효성이 발효될 것임을 분명히 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 우익들의 바람과는 달리 ‘위안부’의 살아생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해자들은 길이길이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며, 돌아가신 ‘위안부’의 죽음은 ‘인권의 꽃?평화의 꽃’을 피우는 씨앗이 될 것이다.
Contents
서문---- 3
서장 환생과 해한解恨 | 박용구---- 9
제1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글로벌리티
제1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성과 무시효성보편적 책무의 이행과 역사 화해의 방도 고케쓰 아쓰시---- 34
제2장 위안부 문제의 초국가성과 기억의 글로컬화 신기영---- 83
제3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역사전歷史戰’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사례로 이지영---- 115
제2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로컬리티
제4장 고착의 ‘역사’, 진행하는 ‘피해’두 국가의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다루는 방법 한혜인---- 145
제5장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치적 언설 이상훈---- 175
제6장 일본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과 연구 동향 이철원---- 205
제7장 일본 식민지하의 타이완 위안부 문제배경으로서의 일본의 공창 제도 및 성(性) 수요를 중심으로 양멍저---- 225
제8장 동남아시아로 확대된 일본군 성 노예제인도네시아와 동티모르를 중심으로 마쓰노 아키히사----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