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는 한국 현대문학의 주요한 배경이었던 인천, 서울, 베이징, 만주 등이 한국문학과 관계 맺는 양식을 살펴본다. 이 책에는 『문화일보』 ‘명작의 공간’ 코너에 1년여 간 연재한 서울에 관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50여 편의 사진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진들은 저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어다니며 촬영한 것이다. 학술적인 밀도와 현장의 생생함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터에는 우리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당신이 먹는 것을 알려달라.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처럼, “네가 머물렀거나 머무르는 곳을 알려달라. 그러면 네가 누구인지 말해주겠다”는 말도 성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정한 공간이나 장소에는 혼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특유의 의미나 정서가 아로새겨져 있게 마련이고, 특정한 공간은 사람들의 행동을 추동하고 심지어는 운명까지 결정짓는 거대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근대의 소설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도 구체적인 공간에 바탕해 성립하며, 소설의 구체적 배경에는 고유한 의미와 사상 등이 새겨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소설에 나오는 장소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특정 시기 소설의 기본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나아가 소설의 장소에 대한 문제는 지리적 공간과 관련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작가의 기본적인 사상에까지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Contents
머리말
제1부 만주와 한국 현대문학
제1장 최서해와 만주 장소와 여성 표상
제2장 한설야와 만주 민족과 계급의 이중주
제3장 이기영과 만주 지방으로서의 만주
제4장 이효석과 만주 헤테로토피아로서의 하얼빈
제2부 북경과 한국 현대문학
제1장 1920년대 초반 북경의 사상 지형 한설야의 「열풍」을 중심으로
제2장 일제 말기 북경-인간, 사상, 그리고 문화 김사량의 「향수」를 중심으로
제3부 서울과 한국 현대문학
제1장 1910년대 경성의 빛과 어둠 이광수의 『무정』
제2장 1920년대 경성의 거리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제3장 1930년대 경성의 높이 이상의 『날개』
제4장 식민도시 경성, 이중도시 경성 유진오의 「김강사와 T교수」
제5장 1940년대 해방된 서울의 아픔 계용묵 「별을 헨다」
제6장 1950년대 서울의 방황과 모색 이범선의 「오발탄」
제7장 1960년대와 공동묘지 이문구의 「장한몽」
제8장 1970년대와 아파트 시대의 개막 최인호의 「타인의 방」
제4부 인천과 한국 현대문학
제1장 한국근대소설에 나타난 인천 표상 해안가 빈민촌을 중심으로
제2장 2000년대 소설에 나타난 인천 김미월과 김금희를 중심으로
제3장 인천의 대표적인 장소들
제4장 근대 최초最初 혹은 최고最古의 거리
제5부 공간체험의 변화-무장소성의 등장
제1장 공간과 장소를 사유하는 두 가지 태도 김사과와 이기호를 중심으로
제2장 풍부한 공간성, 빈약한 장소성 해이수의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