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사상연구회의 재인식 총서의 첫 작가가 염상섭인 이유는 당시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도 있었지만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염상섭이 점한 지대한 역할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학계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었다.
계몽주의 문학이 사명을 다한 시점에 나온 염상섭 문학은 한국 근대문학의 방향을 새롭게 열었다. 이전의 계몽주의 문학은 서구의 근대를 추종하는 것에 그쳤다면, 염상섭은 서구 근대 자체를 질문한 첫 작가였다.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서구 근대의 한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을 일찍 깨달았던 염상섭은 식민지 조선을 서구 근대의 단순한 반복으로 삼기를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단순한 독립을 넘어 근대 자체의 극복도 고민하였기에 이러한 치열한 작가정신은 분단시대까지 지속되었다. 비서구 세계문학의 새로운 차원을 열기도 한 이러한 염상섭의 문학을 대하는 우리 학계의 기존 태도에 만족할 수 없었기에 필자들은 새롭게 염상섭을 해석하려고 했다.
출간된 지 20년 가까이 되는 동안 염상섭 문학에 대한 조명은 학계 전반에서 한층 깊어졌다. 그래서 이를 다시 새롭게 해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염상섭 문학의 재인식](개정판)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나온 것이기에 기존의 책에 새로운 글을 덧보태는 것이 아닌, 전면적으로 새로운 글을 싣는 방식을 택했다.
Contents
책머리에 3
제1부
근대성·리얼리즘·민족문학으로의 도정 | 양문규
염상섭 연구사
1. 근대사실주의 문학으로서의 염상섭 소설
2. 초창기의 논의-해방 전∼1950년대
3. 리얼리즘론을 통한 재인식-6·70년대
4. 리얼리즘론의 계승 및 연구 지평의 확대-1980년대 이후
5. 근대성·리얼리즘·민족문학
제2부
염상섭 초기 문학의 재인식 | 김영민
[제야除夜] 연구
1. 머리말
2. 연구사와 문제의 제기
3. [제야]와 각본脚本 ]인형人形의 가家]
4. [제야]의 창작 의도
5. [제야]와 초기 산문散文의 관련성
6. 마무리
염상섭 초기 산문 연구 | 김영민
1. 머리말
2. 염상섭의 등단 과정에 대한 새 접근
3. 초기 산문의 범주와 특질
4. 마무리
혼혈/혼종과 주체의 문제 | 최현식
염상섭 [남충서]와 김사량 [빛 속으로]를 중심으로
1. 혼혈/혼종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의 양가성
2. 강요와 자발 사이의 ‘자아’와 ‘민족’-염상섭의 [남충서]
3. ‘이름’과 ‘핏줄’을 둘러싼 차별과 연대의 정치학-김사량, [빛 속으로]
4. [남충서]와 [빛 속으로]에서 배우는 현재
제3부
분단을 거부한 민족의식 | 김재용
8·15 직후 염상섭의 활동과 [효풍]의 문학사적 의미
1. 염상섭 문학의 재평가
2. 단선반대와 남북협상지지
3. 해방 직후 단편소설에 나타난 분단현실과 민족의식
4. [효풍]의 의미와 문학사적 의의
냉전적 반공주의하에서의 민족적 통합 및 민주주의에 열망 | 김재용
새로 발굴된 [채석장의 소년]을 중심으로
1. 염상섭의 아동문학, [채석장의 소년]
2. 만주국 불러오기와 민족적 통합에의 열망
3. 아동문학의 형식과 민주주의에의 열망
4. 민족적 통합과 민주주의의 변증법
소설과 일상성 | 한수영
염상섭의 후기 단편소설의 성격에 관하여
1. 횡보의 만년 소설에 대한 기존의 평가-서론을 대신하여
2. 횡보의 소설과 일상성의 문제
3. 후기 단편들의 대강의 면모와 그 특징
4. 여성의 억압과 착취에 대한 횡보의 문제의식
5. 후기 단편의 단층들-맺음말을 대신하여
제4부
세계문학으로서의 염상섭 문학 | 김재용
1. 지구적 세계문학으로의 전환과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2. 베르사이유체제하의 미일의 불안한 동거와 신여성의 자기 파멸-[이심]
3. 미일의 대립과 ‘만주국’ ‘오족협화’의 활용
4. 미소 냉전체제하의 한반도의 위기와 신여성의 자기 긍정-[효풍]
5. 조선의 일상을 통한 현대세계체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