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일본의 지식장과 젠더투쟁](소명출판, 2016)은 여성의 경험이 여성‘들’ 내부의 차이나 균열이 없는 동일한 논리로 다루어지는 것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물론 이 책은 일본의 경우를 다루고 있지만 ‘여성’이라고 명명되는 여성과 여성 당사자 사이의 차이성이 갖는 의미가 일본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것은 한국에도 해당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본 저서는 ‘근대 일본’의 젠더 편성이 갖는 내적 특성을 ‘지식장(知識場)’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분석한 것이다. 기존 연구에서는 지식장을 ‘남성’에 초점을 맞춰 남성들이 제시한 젠더이론이 갖는 한계점을 비판적으로 다루어왔다. 이러한 연구 경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식장을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참여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식장 내부에 담겨진 내적 투쟁을 분석해내고자 했다. 그 지식장은 여성이라고 명명된 지식인 여성과 생활차원에서의 여성들 사이에 생기는 ‘차이’도 함께 포함시켰다.
본서는 남성들이 전개한 ‘여성’ 계몽논리에 대해 처절한 저항에서 나온 여성의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그 여성 계몽논리 내부로 깊숙이 파고들면서 만들어낸 여성논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묻고 있다. 그것은 여성 당사자들이 참여한 지식장은 다시 차이를 내포하면서 재편되고 담론 경쟁이 전개되었다는 점에서 내적 차이를 구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