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동네 시인선〉 059. 2005년 《강원일보》와 《한라일보》, 200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한 최재영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최재영의 시는 정직한 실존의 기록이다. 그녀의 시는 ‘역사’라는 비(非)시대적 목소리를 차용하여 세상-현실에 대한 메타언어로 진술하기도 하지만, 그 세계의 이면 혹은 밑바닥에서는 존재론적 불안의 기운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리하여 최재영 시의 세계와 사물에 대한 개성적인 관찰과 자신의 내면에 대한 성찰적 시선이 어느 하나로 귀속되지 않고 평행선을 이루는 특징적인 면모를 지닌다. 세계와 사물을 대면할 때 그녀의 언어들은 한층 묘사적이어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비유적인 언어들로 세계를 묘파하는데, 세계에 대한 시적 전유라는 점에서 이러한 비유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개성을 지닌다. 하지만 시집 전체를 읽으면 우리는 그녀의 시가 수시로 그러한 세계의 시적 전유와는 또 다른 길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그리하여 반복해서 두 갈래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개성적 시선에 의한 세계의 수사적 전유와, 내적 불안을 동반한 삶에 대한 회고와 성찰이 그것인데 이는 곧 언제나 새로운 독해를 향해 열려 있는 무한한 잠재성의 세계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