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갖춘마디』의 시인 송진환 씨의 여섯 번째 작품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늘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이, 기쁨보다 슬픔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인은 어둡고 슬픈 곳에 사람들의 가장 진솔한 모습이 담겨있다 싶어 그곳에 오래 머문다. 그렇기에 시집의 시들 태반이 아픔으로 채워졌다. 물론 아픔이 아픔만으로 끝나진 않았고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새 살 돋는 기쁨이 그 안에 녹아 있다. 이것이 시인이 독자에게 주는 유일한 위안이라 믿기에 매번 그 생각을 잊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이렇게 그의 시는 일관되게 낮은 곳, 버려진 것, 어두운 곳, 그늘진 곳들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기에 전반적으로 무겁다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오히려 그 무게 속에 우리 삶의 진실이 담겨 있다. 시인이 천착한 것은 존재의 문제다. 좀 과장하면 그의 작품 모두가 존재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할 수 있다.
가장자리로 밀려,/푸성귀처럼 시들어가는,/이른 봄날 햇살 아래 자꾸 졸리는 생(生)이 있다/굽은 등은/스스로 끌고 온 한 채 무덤인 양 고단한데/걸어온 길만은 외길이라 저리 간명하다//잠은 더 깊은 곳으로 흘러가는지, 적막하다/그는 아직 몇 겹의 겨울에 갇혀/미처 봄을 열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이제 곧 개나리 피고 목련 피고/봄이 한창 들썩이면 그때 그도/꽃인 듯 다시 한 번 피어날 수 있을까//누군가 푸성귀 한 단 집어 들지만/기척 없이/제 깊은 겨울 속에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 p17 「졸리는 생生」 전문
시인은 1978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로, 2001년엔 매일신문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Contents
차례
1.
위태로운 봄날/메마른 채 황량한/너트/겨울 모서리/졸리는 생生/
늙은 모과나무/절망의 끝자락에 서는 날도/왜곡/빈 들녘에 남은 자/
뜨거운 축복/이 손/겉돌다/우리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