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자신을 고정된 독립체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야.” 혹은 “나는 자상한 사람이야”처럼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쉽게 특정지어서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자상하다’, ‘예민하다’, ‘신중하다’, ‘쾌활하다’와 같은 단어가 나라는 인간 전부를 정의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은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이미지일 뿐이다. 우리는 사물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형언할 수 없는 존재들인 셈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떠올려보자. 어떤 날에는 밝고 활기차고 생기 있는 내가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는 몇 시간 만에 폭삭 늙어 있는 내가 보인다.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으로, 아들로, 딸로, 아내로, 남편으로, 친구로 끊임없는 변화를 겪는다.
결국 우리가 ‘나’라고 믿고 있던 모습은 진짜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 1초도 고정되어 있는 순간이 없다. 우리가 눈을 깜빡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세포들, 감각들은 쉴 새 없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의 나가 끊임없이 반복되며 현재의 나를 만들어내고 현재의 내가 모여 미래의 나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나’라는 존재는 결국 허상인 것일까?
인간 본성에 대해 지적이고 놀라운 통찰을 선보이며 심리학계의 ‘올리버 색스’라 불리는 세계적인 석학 로버트 레빈은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자아가 실재하는가’에 대해 평생을 바쳐 연구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안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자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거울 속의 이방인’이라는 도발적이고 위트 있는 답을 내놓았다. 레빈은 미생물학에서부터 첨단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사례를 들어 우리 안에는 우리가 규정하지 못하는 다양하고 방대한 인격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특정한 시간과 상황에 맞추어 그중의 일부가 발현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예측할 수 없는 자아들의 출현이 마치 ‘거울 속의 낯선 누군가’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우리가 어떤 자아를 꺼내 쓰는가에 따라 긍정적인 자아를 가질 수도, 부정적인 자아를 가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한 가지뿐이다. 연극무대 위에 배우를 올리는 일처럼 내 안에 숨은 여러 등장인물 가운데 옳은 나, 가치 있는 나, 긍정적인 나를 끊임없이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매 순간 새롭고 매력적인 ‘나’와 설레는 조우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좀 더 나은 존재로 발돋움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Contents
프롤로그
1장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
2장 몸은 하나, 뇌는 둘
3장 실례지만 이게 제 팔입니까, 당신 팔입니까?
4장 기생충은 곧 나
5장 반쪽짜리 자아들
6장 거울 속의 이방인
7장 똑같은 내가 한 명 더?
8장 자신을 복제하는 사람들
9장 이 생각은 누가 한 거야?
10장 결코 낯설지 않은 목소리
11장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
12장 우리는 모두 연극배우다
13장 미국인과 일본인
14장 의인과 악인 사이
15장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