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 아빠 전일만 씨가 일해역 3-1 승강장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도 야근(아니면 회식)을 했는지, 머리는 부스스하고 눈은 퀭합니다. 보나 마나 아침도 걸렀겠지요. 이른 시간인데도 전철역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8시 정각, 엄마 나성실 씨는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화장을 하고 설거지까지 말끔히 끝낸 뒤 집을 나섭니다.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일을 해치우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나마 회사가 가까워서 다행이지요.
9시 30분, 딸 전진해는 칠판 앞에 서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이제 겨우 1교시인데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머리는 터져 나갈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 수업이 끝나면 또 다른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아야겠지요. 아빠 엄마는 일 때문에 저녁 늦게나 돌아오실 테니까요.
이 가족의 모습, 어쩐지 익숙하다고요? 그럴 수밖에요. 오늘을 사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 그대로니까요. 그런데…… 아빠가 사람들에게 떠밀려 지하철 승강장에 나동그라진 순간, 엄마가 회사까지 총알처럼 달려가려고 자세를 잡는 순간, 진해네 학교에서 1교시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는 순간, 이 가족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 지치고 힘들고 피곤한 가족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