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중국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한약에서 희귀한 남방 약용식물에 이르기까지 주요 재배지와 약용식물원 그리고 한약시장까지, 한약의 전반을 이루는 현장을 만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중국의 한약전시관, 한의약대학, 한약국, 한약축제, 한약가공공장을 찾는 여정도 곁들였다. 그리고 티베트의 전통의약책인 『사부의전』에 대한 고찰과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한약에 대하여도 고증을 하였다.
광시약용식물원, 베이징약용식물원 등은 일반 식물원이 아닌 전문 약용식물원이다. 중국 남부지역인 시솽반나 열대식물원, 시솽반나 남약원, 하이난성 약용식물원 같은 곳은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아열대 약용식물들을 재배하면서 전시도 겸하고 있는 곳이다. 같은 종류의 중국 약용식물원 17곳을 소개하였다. 막대한 한약 물동량을 실감케 하는 안궈한약시장, 위린한약시장, 광저우한약시장을 포함한 8군데의 한약시장 그리고 감초, 마황, 삼칠, 서양삼, 대황, 후박, 계피, 온울금, 구기자를 대량 재배하는 산간지대 등 19곳의 한약 재배지를 안내하였다.
Contents
광시좡족자치구 광시약용식물원
중국에는 베이징(京)약용식물원, 구이양약용식물원, 하이난약용식물원, 난징약용식물원, 쓰촨약용식물원, 윈난약용식물원 등 약용식물원이 여럿 있다. 그들은 주로 일반 식물이 아닌 약용식물을 모아 재배, 전시하면서 내실을 꾸리고 외관을 갖추었다. 시민들이 자유스럽게 드나들 수 있게 하여 한약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건강 상식을 높이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광시약용식물원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성도인 난닝시 동북 지역에 위치해 있다. 식물원의 정확한 명칭은 ‘광시좡족자치구 약용식물원’이며 ‘중국의학과학원 약용식물연구소 광서분소’도 같이 있다. 약용식물원의 규모는 방문객을 놀라게 하는데, 일반 식물원 속에 약용식물구역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식물원 자체가 거대한 약용식물원이다. 1959년 설립된 이 식물원은 1981년에 현재의 광시약용식물원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식물원 내에는 새로 지어 말끔한 본부와 연구소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제2입구의 문으로 들어서면 아치형의 웅장한 조형물이 나타나고 옆 건물에는 장쩌민 전 주석이 썼다는 ‘광시약용식물원’의 대형 간판도 보인다.
식물원 안내판에는 개원 30여 년 이래 약용식물 2,130여 종과 약용동물 11종을 재배 이식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약용식물 품종을 가장 많이 보존하고 있는 전문 약용식물원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이 식물원이 지금처럼 전문 약용식물원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월 평균기온이 20℃ 이상으로 7개월이나 계속되는 기후도 한몫을 한다. 이 지역은 열대기후에 속하며 햇빛이 풍부하고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며 강수량이 풍부하다고 한다. 식물원에 들어서면 바닥에는 보도블록 한 장마다 왕불류행, 지모, 오미자, 황금, 시호 등의 한약명칭을 새겨놓았고 약용식물원의 냄새가 풍기도록 연출해놓았다. 약용식물원의 특색을 잘 살린 발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입구에 들어서면 큰 나무에 씌어 있는 붉은 글씨의 ‘야생 용안’이 눈에 띈다. 남쪽지방이라 용안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일로 파는 용안 열매는 많이 봤지만 용안나무는 이곳에서 처음 보았다. 이 지방에는 용안 과육을 말린 제품이나 용안육을 넣어 개발한 제품들이 특히 많다. 건조 용안육의 제품 상자에는 ‘전국 용안 제일기지 광서’란 표기를 해두었다. 『동의보감』에서는 생김새가 용의 눈알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용안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해남대풍자도 조그만 열매가 높은 가지에 달려 있다. 팔을 있는 대로 쭉 펴고 렌즈를 최대한 당겨 수십 장의 열매 사진을 찍어둔다. 방풍, 백지, 보골지, 사간, 항백국, 용아초, 다투라, 신차에도 꽃이 피어 있다.
첫 번째 찾은 7월에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물에 젖은 카메라로 사진 찍기가 매우 곤란했지만 두 번째 방문한 6월에는 한낮 최고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위 탓에 또다시 힘든 촬영 작업을 했다. 할 수 없이 30분 동안 촬영하고 10분 휴식하는 일정으로 사진을 찍기로 했다. 주위에 있던 한 여성 관광객이 더위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응급사태가 발생하여 매표소의 영어 안내원에게 급히 전화를 해주어야 했던 일도 있었다.
영어 안내원인 왕전차이 씨는 매표소에서 대기하면서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제2입구의 문 촬영을 원하자 일부러 동행해주기도 하고 더운 날씨 탓에 탈진한 필자를 위해 생수를 가져다주는 등 친절하게 봉사했다.
이 식물원은 개인적으로 찾아가기엔 교통이 좀 불편하다. 베트남에서 가까운 지역이라 베트남 관광객들이 가족과 함께 많이 찾는다. 약용식물원에는 약선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식당에서는 한약재로 만든 식사를 제공하고 있어 식물원의 특징을 잘 살린 특색 있는 약용식물원이었다. 식물원 입장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3,600원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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