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 대륙과 한반도와 일본 열도(관서지역)는 우리가 대대로 자리를 잡아온 생활의 근거지였다. 신석기시대 이래 만리장성 바깥의 동북아시아를 기반으로 홍산(紅山)문명을 일구어온 우리 동이(東夷)의 선조들은 만주와 이 땅과 열도에 터를 잡으며 독자적인 문화를 일구어왔다. 이들은 이곳에서 어떤 삶을 영위하며 살아왔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왔을까? 이들의 삶과 생각은 오늘의 우리들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으며 또 어떻게 재현되고 있을까?
한국인의 유전인자 속에는 오랫동안 우리의 사유체계 혹은 관념체계들이 녹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사상의 특성은 하늘을 주재하는 태양신을 경배해온 경천(敬天)신앙, 이 땅의 상징인 산을 숭배해온 산신(山神)신앙,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매개항이자 신이 내려오는 길인 당나무를 관장하는 샤먼의 무속(巫俗)신앙, 이들을 아우르며 우리 문화의 유전인자로 만들어낸 불교와 도교 및 유교 문화를 필두로 한 기층문화에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사상사는 이들 불자(佛者)와 도자(仙者) 및 유자(儒者)들이 보여준 살림살이와 사고방식, 나아가 이 땅의 기반을 일구어온 서민들의 기층문화에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불·도·유 삼교, 문·사·철 삼학, 계·정·혜 삼론이 소통하는 한국사상사 기술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사상사는 일심사상(一心思想)으로 직조되어왔으며, 일심사상은 하나가 셋을 지향하면서도 셋에 머무르지 않고, 셋이 하나를 지향하면서도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 ‘부주(不住)사상’, 혹은 ‘무주(無住)사상’을 특징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