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기행: 조그자와 발리] 신(神)들의 나라

인도네시아를 처음 방문한 것은 지금부터 약 20여 년 전이니 무척 오래된 옛날이다. 자카르타에서 세미나가 있어 갔다가. 조그자카르타로 반둥으로, 그리고 다시 발리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다녀 온 것이 까마득하다. 이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은 곳이 조그자카르타와 발리이다. 첫 여행의 추억이 얼마나 좋았든지, 언젠가는 조그자카르타와 발리를 다시 한 번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2011년 조그자카르타에서 0000학회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조그자카르타와 발리를 방문하게 되었다. 조그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애칭으로 조그자로 부르는데,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곳이다. 고대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문명이 번성했던 곳이라서 문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 가운데 어마어마한 피라미드라 할 수 있는 보로부드르 사원과 석양의 프람바난 사원의 모습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여 잊을 수가 없었는데, 마침 이곳에서 학술대회를 한다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학술대회가 끝난 후, 조그자 관광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발리로 장소를 옮겼다. 발리는 신(神)들의 나라로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집집마다 개인 사원이 있고, 마을마다 마을 사원이 있는 곳이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지만. 이곳 발리만은 대부분 힌두교, 발리식 힌두교를 믿는다. 발리는 볼 만한 곳이 많다. 곳곳에 산재한 힌두사원은 물론, 이들의 특산물인 목공예, 바틱 등도 유명하고, 민속공연이나 바닷가 해수욕장이나 발리 섬 한 가운데 있는 호수 속의 화산도 볼 만하다. 20년 전 발리에서는 바닷가의 어떤 큰 호텔에 머물렀었는데, 머문 곳이 독채로 된 방갈로였고 호텔 본체에서는 5~600미터 떨어진 곳으로 기억한다. 방 안 천정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보고 놀란 일이며,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갈 때 상큼한 아침 공기 속에서 주변의 열대 꽃들을 완상하며 천천히 걷던 일이며, 처음으로 물안경을 끼고 바다 속에 고기들을 구경하던 일이며, 이들이 모두 달콤한 추억으로 다가온다. 그냥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었던 기억들이다.

이러한 낭만이 다시 한 번 이곳을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세월이 세월인지라 엄청 많이도 바뀌었다. 우선 많아진 것들이 차들이고, 길거리이다. 그리고 바쁜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료 교수들과 함께한 여행사에 의뢰한 단체 여행이었기에 옛 추억을 찾아 돌아다니지는 못하였다. 그렇지만, 그런대로 옛 기억의 단편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하였다. 20여 년 전 여행은 글로 남기지 못하여, 머릿속 한 편에서만 좋은 추억으로 남겨 있어 너무 아쉬웠으니, 이번에는 글과 사진으로 남겨 놓으려 한다. 쓴 이 개인의 취향일지는 모르겠으나,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조그자와 발리의 낭만은 아직도 너무나 기억에 남는다.여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꼭 조그자와 발리를 다녀오시라고 권하고 싶다. 변변치 못한 이 글이 조그자와 발리를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