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를 찾은 이후, 그 다음은? ”
우울, 불안, 불면, 공황, 양극성장애, 조현병, 알코올 중독 등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당사자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정적인 상태로 돌아온 당사자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바람이 무색하게 현실은 이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당사자가 안정을 위해 집중하는 동안 가족들, 친구들과의 관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수행하던 여러 가지 역할들은 점점 당사자와 멀어져만 갑니다. 다시 돌아왔을 때 나의 자리가 사라지고 없다는 것. 그 사실에서 오는 공허함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한 사람의 직업이 사라졌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삶의 주도권을 잃게 되면 가족으로서, 동료로서 수행했던 개인의 삶을 구성하던 수많은 사회적 역할들이 대부분 사라지게 됩니다. 삶의 주도권을 잃게 된 당사자들은 치료 과정에서도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고 이는 재발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굴레를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주도권을 잃은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사자 개인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삶을 관리한다는 것은 ‘회복’의 관점에서도, 한 개인이 인간으로 살아가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때 회복이란 증상의 정도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닌,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도, 이를 주체적으로 관리해나가며 자신의 삶을 운영할 수 있는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인 ‘자기주도형 사례관리’는 말 그대로 당사자에게 주도권을 갖게 하여 스스로 자신의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관리 서비스 모델입니다. 기존의 ‘사례관리’가 사례담당자가 당사자를 관리하는 의미에 가까웠다면, ‘자기주도형 사례관리’에서 '사례관리'는 스스로 자신을 '관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례담당자는 당사자가 통찰력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며, 회복의 과정에 있어 동기가 될 수 있는 당사자의 욕구를 현실 가능성 있게 수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외에도 당사자와 당사자 가족의 의사소통, 당사자와 치료진의 의사소통을 돕고, 필요한 경우 외부 자원을 연결하기도 합니다.
- 「자기주도형 사례관리」 여는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