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근원, 사상 및 문화를 연구하는 인문학과 하나님의 계시가 기반이 된 성서가 만나는 곳에서, 중첩된 세계 속에 놓여있는 인생의 이정표를 독해하는 시도. 심(心), 아(我), 도(道), 시(時), 학(學)이라는 다섯 항목을 중심으로 논의해간다. 이 항목들은 각각 선택, 생(生), 삶, 사(死), 성숙이라는 측면들과 직결된다. 즉 생(生)과 사(死) 사이에 존재하는 삶을 기본으로 둔 구도에서 이 세 측면과 연관된 시각들을 성서인문학적으로 분별하여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그 시각의 실천을 통한 성숙이라는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왜 인문학과 성서 두 가지 영역을 택했는가?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과학적인 것과 영적인 것이 함께 교류하는 현시대에 인문학과 성서의 통합적 시각이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인문학의 보고(寶庫) 중에 성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성서에는 BC 15세기부터 시작해서 서기 1세기 말까지 무려
1,500년 이상에 걸쳐 기록된 66권이나 되는 내용이 다양한 문학적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3개 국어(히브리어, 헬라어 및 아람어)로 기록된 성서는 이스라엘 중심의 중동 역사가 살아 쉼 쉬는 역사서이다. 서지학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그 사본들의 수와 그 내용 측면에서 성서만큼 신빙성이 높은 문학적, 역사적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세 번째 이유는 성서도 인문학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서는 신 혹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비롯된 계시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계시의 기록이다. 물론 이 말은 성서 저자들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기계적으로 받아쓰기를 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들의 인격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성령의 감동으로 계시가 전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의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하더라도 성경을 기록한 과정 가운데 성서 저자들의 신앙적이고도 인문학적인 해석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서를 읽는 입장에서도 신앙적이고 인문학적 해석을 활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인문학이 성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신학 역사를 고려해보아도 드러난다. 칼뱅의 신학에서 거론하고 있는 세 부분의 동심원 구조를 한 번 살펴보겠다. 칼뱅은 이 동심원이 세 개의 파장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서 유일한 하나님께서 독특하게 구별된 방식으로 서로 다른 파장에서 각각 역사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가장 자리의 주변부 원은 창조세계에서 펼치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포함하고, 중간부 원은 인간 사회를 위해 필요한 공간을 지칭하며, 가장 내부의 중심부 원은 하나님의 구원 사역과 연관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이렇듯 칼뱅의 사상은 단수적 개념이 아니라, 창조세계와 인류와 교회라는 다양한 층을 고려하여 구성되어 있다. 이 동심원 구조와 이미 많이 알려진 개념인 일반계시와 특별계시라는 시각을 연결 지워 본다면 일반계시는 창조세계와 인류에게 적용되는 내용이고 특별계시는 구원 받은 이들의 공동체인 교회 내에 적용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의 성자’로 불린 시몬느 베유의 조언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스도(예수님)는 우리가 당신보다 진리를 더 선호하기를 원하신다. 왜냐하면 그는 그리스도이시기 전에 진리이시기 때문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그에게서 벗어나 진리를 향해 나아간다면 그 사람은 멀리 가지 않아 그의 품 안에 안기게 될 것이다.” 인간과 그 세계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는 인문학을 성서를 믿는 이들이 두려워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인문학이 제시하는 지혜를 포함한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것이다. 자연 세계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운 풍광을 감사와 감격으로 누리듯, 인문학적 지혜와 진리를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향미 그윽한 과실로 누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는가? 이리하여 땅과 하늘이 만나는 지점, 즉 인간의 근원 문제, 사상 및 문화를 연구하는 인문학과 신의 계시가 기반이 된 성서가 만나는 지점에서 삶의 이정표를 마련해보고자 한다.
Contents
들어가는 말
인문학과 성서의 만남이 어떻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 줄 수 있는가? · 8
1부 하늘과 땅이 만나기
1. 현시대 상황 · 14
2. 실증주의에서 후기실증주의 시대로 옮기도록 추동한 것 · 17
3. 이 책이 의도하지 않는 것(disclaimers) · 21
2부 마음을 따르라(心)
1. 조언 대신 마음을 좇으라 · 27
2. 생각의 두 가지 체계: 자동적이고 직관적인 것(Fast thinking) vs.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것(Slow thinking) · 31
3. 경직된 패러다임(Paradigm paralysis) vs. 유연한 패러다임 (Paradigm pliancy) · 34
4. 생각의 두 가지 차원: 바라보는 것(Looking at) vs. 더불어 보는 것(Looking along) · 37
5. 자기 용기 (容器) 넓히기와 독서 · 41
6. 출판 경험이 준 교훈 · 45
7. 뉴욕과 브루더호프 · 51
8. 인생 경험의 재해석 · 58
3부 나를 알라(我)
1. 나는 누구인가? (무신론자/반유신론자의 시각) · 61
2. 나는 누구인가? (창조과학적 시각) · 66
3. 나는 누구인가? (유신론적/성서적인 시각) · 74
4. 나는 누구인가? (나를 존중하기와 남을 존중하기) · 81
5. 나는 누구인가? (내 ‘박스’에서 벗어나기) · 85
6. 나는 누구인가? (내게 맞는 일감 선택) · 87
7. 나는 누구인가? (건전한 주체의 욕망으로 이웃 섬기기) · 93
8. 나는 누구인가? (분수에 따라 사는 삶) · 96
9. 천리포수목원 민병갈 원장 · 99
4부 보편적 원리를 실천하라(道)
1. 도(道)의 실존 · 105
2. 인문학과 기독교보다 우선하는 도(道)의 세계 · 109
3. 원리와 덕성으로 추구하는 의미 있는 삶 · 114
4. 인간의 공통분모인 양심과 죄의식 · 117
5. 보편적인 가치의 핵심(진리의 추구와 사랑의 실천) · 121
6. 인간의 참된 가치(썩고 망한 뒤 거름과 정신을 남기기) · 128
7. 하나님 나라의 왕 예수 · 130
8.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왕 · 135
9.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뢰하기 · 141
10. 다원적 세계 속의 황금률(동정심 헌장) · 147
5부 장기적 시간 관점을 품으라(時)
1. 이육사와 서정주의 삶의 차이 · 152
2. 죽음과 사후 문제(초자연적인 세계에 대한 소망) · 159
3. 진달래의 삶과 ‘핀달래’의 삶 · 163
4. 신동엽이 갈망한 하늘 · 168
5. 에드가 앨런 포우가 갈구한 천상의 아름다움 · 173
6. C. S. 루이스가 그리워 한 참된 고향 (인생의 목적이 품고 있는 2가지 차원) · 175
7. 댈라스 윌라드가 누린 현존하는 낙원 · 182
8. 어네스트 고든이 체험한 콰이강의 기적 · 183
9. 천국의 편린이 물결치는 그림자땅 · 188
10. 명상록과 복음 · 192
6부 평생에 걸쳐 학습하라(學)
1. 위기지학과 위인지학 · 198
2. 자족의 철학과 나신(裸身)의 철학(패스리차와 잡스) · 203
3. 소유의 철학과 존재의 철학(카다피와 호치민) · 209
4. 성장을 추구하는 삶과 성숙을 지향하는 삶 · 212
5. 사회적 인정이나 보상의 문제 · 214
6. Eyeservice/Heartservice/Soulservice · 218
7. 고난과 성숙 · 226
8. 성서가 제시하는 성숙의 길 · 232
9. 내일 또는 새 오백 년 · 236
10. 자기 보존의 필요성(키르케고르의 유언) · 242
맺는말
인문학과 성서가 상보적으로 제시해주는 삶의 이정표는 무엇인가? · 245
Author
이승천
이승천은 부산대학교와 동대학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에서 수학하였다(PhD in Language Teaching).브니엘 중/고, 혜광고, 부경대 및 포항제철연수원에서 재직하였고 Universiti Utara Malaysia에서 12개국 출신 영어교사들을 가르쳤다(2005-2017년).
이승천은 부산대학교와 동대학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에서 수학하였다(PhD in Language Teaching).브니엘 중/고, 혜광고, 부경대 및 포항제철연수원에서 재직하였고 Universiti Utara Malaysia에서 12개국 출신 영어교사들을 가르쳤다(2005-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