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이사의 삼국지 게임은 조악한 도트 그래픽과 0~100까지의 수많은 숫자 데이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키패드로 단순한 명령을 입력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유저가 할 수 있는 전부이죠. 멋진 일러스트도, 화려한 전투 씬도 없는 이 단순한 게임에 왜 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새우며 빠져들었던 걸까요?
그것은 아마도 삼국지라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그럴듯한 ‘시스템’으로 잘 구현했기 때문일 겁니다. 소설 속 주인공(유비, 조조, 손권 등)이 되어 자신의 손으로 영웅의 대서사시를 써 내려가는 데에 화려한 그래픽은 필요하지 않았죠. 유저들의 상상력은 삼국지의 풍부한 이야기를 즐기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려는 것은 ‘시스템’. 즉, 삼국지 인물들의 ‘성격 유형’과 ‘세계관’입니다. 코에이는 삼국지Ⅵ 게임에서 열 한가지의 가치관을 창조해 냈습니다. 이를 토대로 각 인물들은 대립하거나 편을 이루며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나가죠. 또한 성격을 표현하는 5가지 지표를 만들어 개성을 부여하였는데 이를 잘 파악해 인간관계를 조율하며 천하통일을 이루어내는 것이 이번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이는 실제 생활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므로 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여 심리학의 성격 5요인, HEXACO 모델과 비교 분석해 보았습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의 묘미는 작품 속 세계관을 얼마나 리얼하게 구현해냈는가 일 것입니다. 초기 시리즈에서 각 인물들에게 ‘개성’을 부여하는 것은 ‘얼굴 일러스트’와 무력, 지력, 매력 등의 ‘능력치’, 그리고 배신에 관여하는 ‘충성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동탁 같은 악당과 관우 같은 충신을 구분 짓기 위해서는 직접 상상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가치관과 성격특성을 부여함으로써 비슷한 성향의 장수들이 파벌을 이루어 대립하거나, 불만을 터트리며 하야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저는 삼국지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책을 봤다가 유비의 인덕, 관우의 의리, 조운의 충정, 제갈량의 신묘한 지략에 빠져 밤을 새며 읽었습니다. 3권짜리 해적판으로 시작한 것이 정비석, 이문열 등을 거쳐 당시 20권짜리 시리즈인 대망까지 읽으며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도 했고, 게임 발매일에 맞춰 용산을 찾아갈 정도로 삼국지 매니아가 되기도 했죠. 잘 맞지 않던 정반대 성격의 친구와도 삼국지 게임을 통해 절친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같은 추억을 공유한 분들, 혹은 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들과 추억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 볼까 합니다.
1) 삼국지Ⅵ의 성격특성
- 의리, 야망, 냉정, 용맹, 주전
2) 가치관 or 꿈.
1> 예교 : 교육을 통해 예를 익히다.
[왕좌, 대의, 재간]
2> 패도 : 힘 있는 자가 살아남는다.
[패권, 정복, 출세]
3> 중도 : 세를 유지하는 균형추가 된다.
[할거, 유지, 안전]
4> 의협
-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건다.
5> 은둔
- 속세를 떠나 고립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