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노자 도덕경

직역서(直譯書)를 내며 짧은 소감을 남긴다.

막막했던 20대 중반 어느 날, 노자(老子)를 접했다. 총 81장 5000개 정도의 글자, 도덕경(道德經)을 충분히 살펴보고 싶었으나 매번 성공하지 못했다. 지천명(知天命)에 다가설 즈음, 2500년 전의 글과 의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전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노력을 더해 직역을 해봤다. 분야를 초월한 수많은 고전 중에서 나 자신을 가장 성장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덕경에 대한 몇 가지 배경만 언급하겠다. 노자가 살았던 춘추전국 시대는 혼돈의 시기였다. 끊임없는 지배층의 착취와 크고 작은 전쟁이 난무했다. 성인(聖人)이 가고자 하는 최상의 길(道)을 글자로 표출했다. 핵심적 사상에 글자를 더하고 주석을 달아 오늘에 전해진다.

시간적 순서는 다음과 같다. 기원전 4세기 말엽, 전국시대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죽간본이 있다. 대나무에 글을 써서 가죽끈으로 연결하여 만든 책으로 글자 수가 1,741개이다. 약 150년이 흘러 한나라 초기에 비단에 쓰여진 백서본이 있다. 백서갑본과 백서을본으로 두 벌로 돼 있고, 이들도 25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다. 가장 잘 알려진 도덕경으로 위진시대의 왕필본이 있다. 춘추전국 시대에서 600년 이상을 더한 시기다. 왕필은 서기 226년에 태어나 249년까지 살았다. 18세 때 노자주를 지었고 24세 때 요절한 천재였다.

구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1장에서 37장까지는 도경(道經), 38장에서 81장까지는 덕경(德經)이다. 앞서 언급한 백서본에는 덕경을 전반부, 도경을 후반부에 편제돼 있다. 저명한 철학자 도올 김용옥은 덕도경(德道經)이었을 법한 두 문헌을 오늘날 도덕경으로 안겨다 준 장본인이 왕필일 수 있다고 추론했다. 모든 장을 뛰어넘는 1장의 철학적 깊이를 염두에 두고 창조적으로 텍스트를 변화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번역에 도움을 받은 저서는 총 네 권이다. 도올 김용옥(2021)의 ‘노자가 옳았다’, 최진석(2001)의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김학목(2000)의 ‘노자 도덕경과 왕필의 주’, 김학목(2014)의 ‘초원 이충익의 담노 역주’이다.

노자 도덕경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해석됐다. 본서에선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직역을 위주로 문맥에 맞게 일부 의역만 했다. 상세한 해석이 없어 다소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한 자 한 자 음미하면서 곱씹어 보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에서부터 나랏일과 같은 큰일에까지 대입시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본서엔 각 장마다 중요한 글귀를 바탕으로 한 해제(解題)와 소시민적 일상에서 당면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단상(斷想)을 넣었다. 옳고 그름 혹은 맞고 틀림을 떠나 다양성과 포용성에 해석의 주안점을 둔다면 누구나 다 말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라 생각한다. 직관을 높이고자 우리말 문장 중간에도 쉼표(,)를 넣었고, 1장만큼은 두 가지 버전의 직역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선현들이 걸어왔던 길, 나 자신이 걸어가고 있는 길,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각자가 찾을 수 있길 바란다.

2021년 따사한 봄, 지덕겸수(知德兼修)와 도의실천(道義實踐) 연구실에서
문개성(文改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