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로의 초대-몸공부 태극권

태극권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수련인구를 가지고 있다.

수련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태극권 지도자들도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던 태극권을 보완 강화하거나 수련생들의 지도의 필요성으로 다른 무술의 기법들을 차용하기도 한다. 필자 역시 이와 같이 태극권에 형의권, 팔괘장, 의권, 현대격투기의 기법과 필라테스, 요가 동작 등의 현대적으로 체계화된 운동, 그리고 기공의 좋은 면들을 결합하여 지도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 방송, 영화, 책등의 여러 매체를 통해 태극권이 뭔가에 대한 정보를 가질 것인데 막연하지만 건강증진과 무술로서의 효용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런 다양한 정보들이 태극권에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한 혼란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태극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책이나 동영상을 보게 되면 오히려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책을 보면 온통 한문체로 뒤덮여 있고 철학책인지 무술서적인지 기공서적 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유튜브 등에 국내외의 권사들이 올려놓은 동영상을 보면 이 동작을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석이 없고 해설이 있더라도 그 해설을 이해하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태극권에 입문하기 위한 분을 위한 것이 아니고 태극권을 좋아하는 매니아를 위한 해설인 경우가 많다.

태극권은 실제로 몸을 쓰는 운동 혹은 무술이니 근처 도장에 가서 직접 배워 보는 게 제일 좋을 것인데 태극권에 대한 정보의 부족과 오해로 인해 선뜻 도장으로 발을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그리고 운동이나 무술은 태극권만 있는 게 아니니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굳이 태극권을 배워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을 것이다.

필자가 그간의 여러 태극권사나 수련생들을 만나면서 그분들이 가진 태극권에 대한 관점을 보자면 약 4가지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1. 음양오행, 태극 등의 심오한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동양적 고급 무술,
2. 심기체의 일원성을 기반으로 한 건강증진을 목표로 한 양생공,
3. 태극권 혹은 내가권의 독톡한 공부인 전사와 경을 바탕으로 한 맨손 무술,
4. 불교수행이나 도가 수행의 기초 혹은 기본으로서의 기본공이 그것인데 위 관점들은 각기 일리가 있는 것이며 어느 관점을 택하든 그건 수련자의 목적과 취향에 달린 것이고 존중한다.

그리고 실제적이고 보편타당한 접근이 근간이 되어야 된다는 것이 필자의 1원칙이다. 이 책은 태극권에 대한 여러 장단점들에 대한 연구나 그에 따른 시비를 가리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느 관점이건 간에 태극권은 몸을 쓰는 운동이라는 기본에서 볼 때 태극권이 가지는 독특한 몸 쓰임에 주목하여 몸의 건강과 무술적 호기심을 충족하자는 이른바 몸공부로서의 태극권을 제안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초심자들에게 태극권은 분명 익히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마땅히 할 운동을 찾지 못한 분들에게 권할만한 운동이며 한번 제대로 익혀 놓으면 나이가 들어서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건강을 증진할 수 있으며 아울러 무술적 재미까지 가질 수 있는 평생 운동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몸 공부에 주안점을 둔 것이니 필연적으로 초심자들을 위한 태극권 기본 입문서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태극권의 기본과 중요한 핵심을 여럿 담고 있기에 기존 수련자들도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수련을 적게나마 비교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