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최학송은 식민지하의 민족적 참상을 자신의 독특한 체험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그려내어 민족의식을 일깨운 작가다. 소위 유탕(遊蕩)문학이 성행할 때, 서해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인식하고 소설 속에서 이를 형상화하였다. 이때부터 한국 소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에 주목하고, 이 문제에 대한 천착을 진지한 덕목으로 삼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민족문학이나 민중문학의 연원을 그의 소설에서 찾으려 했다. 최서해는 우리 국어와 문학에서 습득한 문체와 기법을 적절히 활용하여 미학적 측면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쏟아져 들어온 북한의 문학사류나 근대 문학 자료에서도 서해는 예외 없이 거론되어 있다. 8·15 광복 후 북한에서는 서해를 당시의 사회제도와 일제 및 자본주의에 적극적으로 반항한 작가라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혁명문학이나 투쟁문학을 산출한 작가로 추켜세우거나, 전문적 예술가로서 훌륭한 자질과 기량을 갖추었다고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동시에 사회주의적 이상을 쟁취할 방법론의 부재를 비판하기도 한다. 비판적 사실주의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탈출기」를 비롯한 몇몇 작품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맹아를 보이거나, 그 초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의 논지는 이데올로기를 중시한 편향성이 엿보이나, 엄정한 통일문학사를 위해서는 이를 외면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최서해에 대한 관심은 남북한만의 것이 아니다. 일본과 러시아에까지 뻗쳐 있다. 이에 걸맞게 제대로 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된다. 물론, 서해 소설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필과 유사하거나 별 내용이 없는 짤막한 소품, 완결짓지 않았거나 짜임새가 엉성한 작품, 주제가 생경하게 노출된 작품 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몇 문제작만으로도 그는 한국 소설사에 뚜렷이 존재할 작가임에 틀림없다. 한때의 유행 작가였다는 일부 논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에 대한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비록 짤막한 작가 생활에 많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에 대한 열기는 여전히 식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서해 최학송의 작품세계를 고찰한 저자의 연구 결과를 모은 것이다. 최서해의 생애를 더듬어갔고, 기존 연구를 검토, 비판했으며, 잘 알려져 있는 소설작품부터 그 외에 수필, 평론, 동화, 번역과 번안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을 분석했다.
Contents
책머리에
제1장 최서해의 생애와 편력
1. 머리말
2. 인간적 면모
3. 최초 발표작과 등단 전후
4. 간도 시절
5. 봉선사 시절
6. 『조선문단』 시절
7. 말년과 임종 전후
8. 건비(建碑)와 이장(移葬)
9. 맺음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