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문학비평론

영문학 비평은 영국적 경험주의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점은 비평사적으로 볼 때 영국의 비평가들이 이론을 중시하는 유럽 대륙의 비평가들과 달리 창작이라는 실제 경험을 중시하는 전통에서도 잘 드러난다. 다시 말해 16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필립 시드니 경으로부터 20세기 T. S. 엘리엇에 이르는 주요한 문학 비평가들이 모두 시인 겸 비평가들이었다. 영국의 문학 비평가들은 이론을 위한 이론을 개진하기보다는 실제 문학 창작활동에서 제기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문제들을 이론과 연계하여 논의하고 있다. “균형과 견제”(balance and check)를 중시하는 영국의 경험주의적 사유 전통은 문학의 이론과 창작의 실제의 “비교”와 “대화”에서 생성되는 것이고, 바로 이런 점이 영국 문학비평의 장점이다. 이러한 경험주의적 토대 위에 나오는 또 다른 특징은 “비교”(comparison)와 “대화”(conversation, dialogue)이다. 영어권의 주요 비평가들의 비평이론이나 실제비평을 공부해보면 그들은 대부분 비교방법과 대화원리의 방법을 자주 원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영미 문학비평의 이론적 토대를 경험, 비교, 대화라는 3대 인식소로 결정하고 영미 문학비평사 전체를 훑어보았다. 물론 이 3대 인식소 중 특히 비교와 대화는 영미 문학비평만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상대적으로 매우 빈번히 그리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제1부의 첫 글에서 필자는 영국 비평사에서 언제나 첫 번째로 언급되는 시인－비평가인 필립 시드니 경(Sir Philip Sidney)의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대표적인 문학 옹호론인 『시의 옹호』를 다루었다. 이 글은 어떤 의미에서 영국 문학비평의 창시자인 시드니 경의 문학 옹호론을 경험, 비교, 대화의 인식소로 시론적(試論的)으로나마 분석한 것이다. 그 후의 글들은 영미 비평사에서 주요 이론가들인 드라이든, 사무엘 존슨, 데이비드 흄, S. T. 콜리지, 매슈 아놀드의 비평을 이런 맥락에서 논의해 보았다. 제2부는 “영미문학 비평의 몇 가지 주제들”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논의한 주제들이 포괄적이지 못하고 매우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영미 문학비평사에서 필자가 개인적으로 지난 30여 년간 관심을 가졌던 주제들 중 몇 가지를 골라 논의하였다. 제3부는 주요 영미 작품들에 관한 필자의 실제비평 작업이다. 여기서도 다양한 텍스트 분석이나 해석은 제시하지 못했고 몇 개의 작품들의 예를 든 것으로 만족할까 한다. 부록으로 대화 두 편을 실었다. 첫 번째 것은 1994년 가을 한국영어영문학회 초청으로 한국에 온 캘리포니아(어바인) 대학교의 J. 힐리스 밀러 교수와의 대담으로 당시 비평적 쟁점이었던 해체(구성)론과 힐리스 밀러 교수의 “읽기의 윤리학”에 관한 논의를 했다. 두 번째 것은 2006년 봄 한국영어영문학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호주의 문학이론 및 문화 연구학자인 멜버른 대학교의 존 프로우 교수와의 대담이다. 필자는 항상 비평적 담론으로서 대담 형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