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숨자국을 남긴다. 살얼음이 낀 유리창에 조심스레 글자를 새기듯, 숨자국은 스쳐가는 삶 가운데에 이정표를 찍는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정체모를 숨자국은 묵묵히 내려 쌓이는 눈발처럼, 숨자국은 은근하게 삶에 녹아내린다. 숨자국은 누구의 숨인지도 모르는 것을 마구 삼키며 허덕이며 달려가는 우리를 잠시 멈춰세운다. 그리고 살며시 생을 속삭인다. 팍팍한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느라, 내 숨자국마저 모르고 살아가던 우리들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각자의 호흡과 숨소리를 바라보며 책을 쓰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잠시나마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안을 향해 바라보았다. 소설부터 시, 에세이까지 다른 모양을 가진 글로 이루어져 있지만, 모두 개인마다의 삶을 반추하면서 느낀 것들이 새겨진 글이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 느끼던 가쁜 호흡을 느끼기도, 물에 빠져 숨을 참았을 때의 적막한 숨소리를 듣기도 하며 우리는 모두 본연의 숨자국을 되새기며 글을 썼다. 각자만의 숨자국을 갖고 살아온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쓴 글인 만큼, 당신을 더 잘 울리고 웃기며 놀릴 것이다. 자동차의 경적소리, 핸드폰의 알람소리에 묻혔던 내 숨자국을 들추어보기로 한다. 지금, 자신과 마주하며 그때의 숨자국을 느끼기를 바란다.
Contents
들어가며 · 4
작가소개 · 8
태예지 / 어린 나의 봄 · 15
강현아 / 여전히 서툰 나이 · 47
신 훈 / 어른이 된다는 건 · 69
은 엽 / 3025년 · 99
정지호 / 정말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 125
곽철현 / if · 143
전명수 / 즐거운 우연 · 169
서 봄 / 불완전 변태 · 193
신재현 / 우리 얘기 좀 하자 · 215
허영현 / 내 의정부 이야기 · 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