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 책장을 펼쳐들었을 때가 언제인지 나는 당최 모르겠습니다. 그곳은 아직 푸른 가을인가요? 어쩌면 눈이 펄펄 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봄 향기가 세상을 흠뻑 적셨거나 뙤악볕이 내리쬐는 여름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신이 어디에 계시든, 지금 이 책장을 넘기는 것은, 아마 그 삶의 무게에 치여, 조금은 지쳤던 까닭일 테지요.
저 뒤에 차곡차곡 적힌 백수십장의 이야기는 지금 여기까지, 나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무수한 감정들을 조심조심 예쁘게 오려서 한 장 한 장 붙여놓은 것입니다. 그런 일상의 작은 경험을 당신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썼습니다. 책의 제목이 ‘하루’인 것도 바로 그 까닭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책장을 넘기며 조금은 입가에 미소를 띠우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된 삶의 여정에 작은 하모니카 소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의 글은 그 소명을 다한 것이겠지요. 당신이 그렇게 웃어준다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