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화두참선

BOOKK(부크크) 출판사의 상품은 주문 제작 도서로 주문취소 및 반품이 불가하며, 배송완료까지 KBOOKSTORE 배송 일정 기준 +7일이 추가됩니다.
$19.61
SKU
9791127209780
+ Wish
[Free shipping over $100]

Standard Shipping estimated by Wed 12/11 - Tue 12/17 (주문일로부 10-14 영업일)

Express Shipping estimated by Fri 12/6 - Tue 12/10 (주문일로부 7-9 영업일)

* 안내되는 배송 완료 예상일은 유통사/배송사의 상황에 따라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Publication Date 2017/01/22
Pages/Weight/Size 148*210*20mm
ISBN 9791127209780
Categories 종교 > 불교
Description
정신수련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은 마음의 본성을 밝혀 희로애락에 흔들리는 마음을 벗어나 흔들림 없는 굳건한 반석처럼 살아가는 것이리라. 우리는 탐진치 삼독이라 불리는 욕망과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있으므로 마음을 항복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삼독의 마음을 물리치고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본래의 마음자리가 텅 비어있음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삼독의 마음이 본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들으면서 나타나는 아지랑이처럼 허망한 물건이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이 깨침이다. 어째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욕망이 인간에게 존재하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상상했던 이미지와 현실이 동떨어진 괴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이나 여건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마음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신수련을 통하지 않고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만치 마음은 쉽사리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정신수련의 길로 들어섰다는 의미는 마음이 내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는 의미도 된다. 내 마음이라면 내가 원하면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까닭이다. 생생하게 물기가 오른 나무는 꺾는 것이 쉽지 않지만 물기 없이 바짝 마른 나무라면 쉽게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음도 그와 같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은 모든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바짝 마른 나뭇가지처럼, 싸늘하게 식은 재와 같은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마음공부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원수처럼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은 늘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고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어린아이처럼 보채기 때문이다.

마음의 말을 들어주다보면 욕망은 한 없이 부풀려지고 분노는 끝없이 번져나간다. 그렇기에 마음이란 망념 그 자체로 인식되어야 한다. 마음을 망념이라고 규정짓는다면 마음이 일으킨 모든 욕구에도 무심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심지어는 산만하고 번뇌에 물든 마음을 벗어나 고요한 평화를 원하는 그것까지도 망념이 행하는 일일 뿐이다. 마음공부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짚고 가야 할 것은 생각과 마음의 관계부터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생각과 마음을 구분지어 본다면 생각은 눈귀코혀 등이 사물이나 소리 음식 등에 대한 경계를 만날 때 일어나는 반응이다. 그러므로 생각이란 단순히 눈에 사물이 비치고, 귀에 소리가 들려오기에 내 의지로써 보이고 들려오는 것이 아니므로 어떠한 의도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마음은 생각에 대하여 의지나 욕구를 동반하면서 일으킨 것이다. 생각에 대하여 의도를 지닌 마음은 과거의 기억과 이미지를 비교하면서 좋은 것은 애착하고 싫은 것은 원망의 거품을 일으킨다. 만일 우리가 마음을 내 마음으로 믿고 사는 것은 어떠한 의도도 없이 거울에 비친 영상처럼 생겨난 생각을 틀 잡고 싶어하는 허망함을 떠받들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음을 내 마음으로만 여기는 것은 허공 꽃 밑에 앉아 허공 꽃이 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수행에 있어서는 마음을 망념이라 규정짓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마음과 무작정 다투려는 사람은 벗어난 과녁에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다. 가령 밝은 방에 커튼을 내리면 즉시에 어둠이 나타나고 해를 가리웠던 커튼을 젖히면 그 즉시 밝아진다. 어둠을 몰아내고 밝음을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슬픔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밝음과 어둠이 두 모습을 지니고 있지 않듯이 실상은행복과 불행도 제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같은 얼굴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한 마음으로 기쁨을 맛보고 슬픔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둠과 밝음, 행복과 불행의 두 모습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허공처럼 우리들 마음의 본성도 그와 같다.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허공과 같은 본성의 마음자리를 지녔음에도 그것을 알지 못하기에 행복과 즐거움에 매달리지만 여전히 지나쳐 갈 뿐이다. 이것을 고쳐 저것을 구하려 하는 것은 여전히 세상을 이분적으로 나누어 보는 것이다. 번뇌가 즉시에 열반이고 중생이 즉시에 부처이고 어리석음이 즉시에 깨달음이라는 사실에 눈떠야 한다. 만일 번뇌를 주물러 열반을 만들려 하고 어리석음을 벗어나 깨달음을 구하려 한다면 마음은 여전히 산만한 것이며 화두를 참구한다는 것은 산만한 마음부터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맑고 흐린 물이 제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흐린 물속에 맑은 물이 존재하듯, 붕붕 떠다니는 마음속에는 이미 고요한 평화를 지닌 마음이 존재하고 있다.
Author
무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