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은 직역본 금강경과 중국어본 금강경이 있습니다. 직역본은 현장법사가 붓다께서 설하신 금강경을 들려오는데 그대로 적은 것이며, 중국어본 금강경은 구마라집대사가 직역본 금강경을 중국어로 해석하면서 대중들이 알기 쉽게 번역해 놓은 것입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인도에서 전파된 불교를 받아들이는 초창기였으므로 광대한 불교의 사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직역본 금강경과 번역된 중국어본 금강경과는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붓다께서 수보리존자를 통해 존재의 실상을 전하려 한 본말까지도 뒤바뀌어 있다면 이제는 그것을 옳게 바로 잡아야 합니다. 앞서 출간된 직역본 금강경에서는 중국어본과 일일이 비교하면서 어느 부분이 뒤바뀌었는지를 살핌으로써 금강경의 본말을 이해하고자 하였습니다. 범본 금강경에서는 직역본 금강경에서 말씀하신 본말에 대하여 최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원뜻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도에서 중복된 부분을 삭제하고, 내용을 압축하여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편집되었음을 밝힙니다.
모쪼록 붓다께서 설하신 이 시대의 최고의 경전이라고 극찬할 수 있는 것은 마음과 성품의 두 가지 측면에서 설해진 경전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입력된 정보가 아니라 텅 빈 공간인 하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가 없다면 정보를 입력시킬 수 없듯이 우리도 역시 입력된 정보를 통해 마음을 사용하지만 마음이 마음일 수 있는 것은 마음의 바탕인 성품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를 통해 하드의 속성을 밝힐 수 없는 것처럼 인식과 분별의 마음을 통해서는 성품을 밝히기가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런 탓으로 성품이란 우리와 늘 함께 하면서도 마치 한 번도 보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과일처럼 생소하고 낯설 뿐입니다.
붓다는 금강경에서 그것을 언어로써 표현하고 있으므로 있음과 없음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언어적 표현에 생소한 우리들은 금강경이 낯설게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범본 금강경은 불교계에서 최고의 강백이신 범어사 무비큰스님의 인터넷 법당인 염화실에서 연재되었으며, 마음과 성품을 설하고 계신 소중한 경전을 통해 우리 모두 마음 심지에 불붙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삼가 이 경전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