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은 입구 쪽을 제외하고는 빛이 들지 않아 무척 어둡고 축축하다. 게다가 동굴에는 빛이 없다 보니 생산자 역할을 하는 식물이 자랄 수 없어서, 생물에게는 기초 영양조차 기대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환경에 적응해 특수하게 진화한 생물이 있다. 바로 동굴생물이다. 넓은 의미에서 동굴생물이란 동굴 입구 안쪽에서 서식하거나 발견되는 모든 생물을 가리키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동굴에는 빛이 들지 않아 식물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통상 동물을 의미한다. 흔히 동굴생물하면 가장 먼저 박쥐를 떠올리지만, 이 깜깜하고 눅눅하며 먹이까지 부족한 환경에 사는 생물은 대부분 무척추동물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70만 종이 넘는 동굴생물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공식 확인된 종은 400여 종(기록된 것은 700여 종)이다. 이 책에서는 이 중 사진으로 식별 가능한 무척추동물 262종을 추리고, 연체동물, 절지동물, 편형동물로 나눠 소개했으며, 종의 형태와 생태 특징을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서론에 동굴과 동굴생물의 정의, 우리나라 동굴생물 연구사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