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림보다 “종이로 짓는 집은 헐하고 가뿐해/옮기기에도 편”해서 그는 “어두운 골목의 후미진 둥지로 자꾸만/종이를 물어 나”르는 것이다. 사실 시를 쓰는 일은 다른 장르의 예술보다 밑천이 적게 든다. 하지만 사유를 재료로 하기 때문에 오래 생각하고 오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조재형의 시는 저공비행을 하며 세계를 관찰한다. 낮게 나는 새는 눈이 맑고 귀가 밝아서 세상의 부조리를 받아쓴다. 위안부 할머니를 노래한 「곶감집 막내딸」, 가자지구의 소년병을 보며 자신을 성찰한 「가자폭격」, 아이티 지진의 참상을 묘사한 「진흙과자」 등을 통해 시인은 세상을 떠도는 부박(浮薄)한 존재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관찰’은 조재형의 시들을 읽어내는 키워드다. 더러는 ‘관찰’이 ‘성찰’이 되기도 하고 ‘묘사’에 그치기도 하지만, 시인의 시들은 ‘관찰’을 통해 존재를 감각적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조재형은 이른바 세상에서 말하는 등단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시를 써 왔다고 했다. 이제 시인은 첫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