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남편과 평생 가꾸어온 ‘마당’
그 작지만 소박하고 기품 넘치는 마당에서 씌어진 시편들
박순희 시인. 평생의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남편을 여의고, 여든셋의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인은 여는말에서 "마당 가득한 꽃을 보면 그것 모두가 시로 널려 있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할 일도 많고 거두지 못하면서 스스로는 행복하다"고 한다.
해방 직후, '좌익 운동'의 전선에서 만난 남편과 함께, 평생을 궁핍과 정치적 억압 속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가꾸어온 '마당', 그 작지만 소박하고 기품 넘치는 마당에서, 시인은 말한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숙제를 하고 있다. 숙제 못 한 괴로운 꿈을 꾸는 수십 년. 괴로워하던 그것이 언제부턴가 없어졌다."
문화원 시 교실에서 시를 가르쳤던 유자효 시인은 발문에서 이렇게 말하며, 그이의 마르고 굽은 등을 다독인다. "여든세 살에 시작한 시 공부는 치열했다. 그녀는 매주 한 편씩 시를 써서 합평회에 들고 나왔다. 까다로운 선생과 동료들에게 내놓으려면 엄청난 궁글림 끝에 한 편씩 건져내었을 것이다. 그 땀의 결정을 우리는 만나고 있는 것이다."
Contents
여는말
제1부
짝사랑
숙제
마당에서 1
한가한 낮
문화원 가는 길
야를 우야노 1
야를 우야노 2
동그라미
백일홍
마을버스
배신
선풍기
가을맞이
된장찌개
4?19 민주공원의 아침
추석
부모의 마음
동해
마당의 가을
그림자가 둘
1주기
시인의 마을 송년회
제2부
사돈 남 말
새해
새벽
제사
가을 하늘
여든네 번째의 봄
집 없는 달팽이
첫 비상
아침체조
부끄럽다
마당에서 2
교통사고
흉터
보석
산소
증손
고맙다 경보기
명당
워터와 워러
제3부
똥뫼뚱
물소리와 함께
그해 여름
전화번호를 지우며
꿈
평화
계단
매미 소리
뒤집힌 양말
해안도로
이불
떡과 까마귀
짝사랑
입춘
까치밥
자나?
무임승차
서울 무지개
우리 마을
13월
자랑
제4부
달력
꿀꿀이죽
통증
아버지
증손녀에게
양말
효도
지나가는 비
서윤에게
성북동 박 선생
어느 봄날
등나무
팔순의 어버이날
옛이야기
먼저 가는 계주에게
비닐하우스
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