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낸 청소년 소설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회 관습에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영락이는 간호 조무사로 일하는 엄마와 단칸방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영락이는 엄마의 지나친 무관심으로 심각한 애정 결핍을 겪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갔듯이, 엄마도 갑자기 어느 날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엄마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싶어 더욱 엄마에게 매달린다.
엄마는 왜 밥도 안 해 주고, 교복도 안 빨아 주고, 학교 성적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안 쓰냐며 심하게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엄마는 이러한 영락이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무관심하게 대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락이를 고시원에 가서 살라며 집에서 내쫓는다. 엄마는 정말 영락이가 생각한 것처럼 '불량한 엄마'일까?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감당하기 힘든 결핍감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영락이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자이고, 여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불량한 엄마'의 진심이 드러난다. 또한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의 정도와 표현 방법이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그렇듯 다양한 애정 방식의 바탕에는 진한 사랑의 마음이 스며 있음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