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삶을 영위하는 근간이 되는 곳이며 가장 안전한 휴식처다.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안식처이며, 혼자 있어도 가장 안전한 곳이 바로 우리의 집이다. 지금 우리에게 집은 어떤 곳일까. 편안해야 할 집이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서 집을 찾아 집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내 집’, 그러니까 나의 소유로 된 집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집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때로 ‘내 집’에 대한 열망은 ‘더 좋은 집’에 대한 열망으로 차오르기도 한다.
2024년, 오늘을 사는 평범한 우리에게 집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시작이었다. 배낭여행을 떠난 청년은 하룻밤에 3만 원 하는 숙소, 그러니 누울 곳만 있으면 세상 어디든 자기 집이라고 말한다. 결혼 후 13번 이삿짐을 싼 사람은 주택은 물론 아파트, 빌라, 전원주택 그리고 지하에 있는 집까지 여러 형태의 집들을 섭렵하며 살았던 것처럼 자신의 삶도 단조롭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또 누구는 해외 주재원으로 나갔다 돌아온 3년 사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절망하고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기까지 했으나 돌아가신 건축가 정기용 선생님의 말씀, 그러니까 우리에게 집이란 물리적 공간이 아닌 영적 개념의 우주적 평수를 지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마음이 아팠던 사람은 아파트를 떠나 정원이 있는 시골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건강을 회복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갑작스럽게 병을 얻어 병원과 집을 드나들면서 자기만의 집을 찾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행자가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정처 없는 삶에서 진정한 집을 갖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구인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들.
우리가 사는 집과 우리가 쓰는 글. 그것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그래서 당연히 다른 것이지만 우리를 안착시키는, 보다 다른 삶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이나 학교를 찾아갔을 때 만나는 것은 그곳에서의 단편적인 기억이다. 이미 시간이 지난 그곳에 우리가 들어갈 곳은 없다. 글은 우리에게 그 시간의 집을 완성하게 해준다.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도 어쩌면 그 집을 위해서인지 모른다. 우리는 저마다의 집을 갖고 싶은 것이다.
Contents
1장 집
(견딜 수만 있다면) 여기가 내 집이야! 13
악몽 21
메르시안 502호 31
피땀 눈물로 지어진 빨간 양옥집 40
경기도 광주군 퇴촌면 영동리 산37번지 48
73518 57
2층 끝방 65
나의 집들은 이렇게 추억이 되었다 75
머물 곳을 잃은 83
부자가 되는 법 vs 부자로 사는 법 93
2장 그리고 나의 이야기
삼켜질 기억 103
오피스텔 1806호 111
그날 121
초행길 129
진주양분식 139
엄마와 시래기 147
우리 집을 잃어버린 아버지 155
귤 냄새 163
‘불오짱’ 171
아빠의 대리운전기사 177
그날부터 185
나는 오늘도 뛴다 195
나도 모르겠다 202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207
나의 염색 이야기 217
흉터, 데여서 생긴 225
흉터, 지난날의 굴레 235
어서 와, 말레이시아는 처음이지? 251
‘찝찌비 병’ 263